전국 최초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로 문을 연 성남시의료원이 개원 3년 만에 큰 풍파를 맞았다. 의사들 무더기 사직을 비롯해 병원장 비위 의혹, 일반진료 정상화 어려움 등으로 시민 신뢰가 추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달 13일 성남시의료원의 위탁운영 의무화 조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시민단체, 기존 성남시의료원 노조 등 노동단체에 이어 의사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금년 4월 출범한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를 이끌고 있는 김종명 위원장(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으로부터 의료원이 처한 문제와 해법 등을 들었다. [편집자주]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는 최근 입법예고된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종명 위원장은 “과거 마산·이천 등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사례는 실패했다”며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수익성만 좋아졌다.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위탁운영이 가능하다’가 아니라 ‘위탁운영을 해야한다’고 법을 바꿔버리면 각종 부작용을 만회할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게 김 위원장의 우려 지점이다.
현재 성남뿐 아니라 충남, 경북에서도 지방의료원 위탁운영 구상이 나오며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성남시의료원이 위탁운영되면 안 되는 이유를 김 위원장은 ‘시민이 세운, 공공병원’이라는 정체성에서 찾았다.
그는 “수 천억의 시민 세금이 투입된 의료원을 타 의료기관에 공짜로 팔아넘긴다면 위탁 주체는 공짜로 500병상 규모 경영권을 가져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남시의료원이 수행해왔고,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공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병원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인 환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수요가 적더라도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서 타 지방의료원이 시설의 한계로 중환자를 못 볼 때 성남시의료원은 역할을 잘했다”며 “개원도 미루면서 코로나19 중환자·투석환자·소아환자를 열심히 봤다”고 덧붙였다.
“수천억 혈세로 세운 병원, 민간 이양 절대 안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됐지만 공공의료 성실히 수행”
“원장 비위 의혹으로 시민 외면, 경영진 사퇴·조직문화 혁신해서 위기 타개”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에 매진했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재는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됐다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일반진료가 어려워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의료원이 일반진료 활성화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현 시점, 올해에만 의사 20명 이상이 사직했다. 또 경영진의 독단으로 내홍은 격화되고 시민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성남시의료원의 산적한 문제는 위탁운영이 아니라 원장·경영진 사퇴 및 조직문화 혁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성남시의료원은 역행적으로 의사 연봉체계에 원장의 주관 평가가 반영되도록 개편됐다. 성과연봉 절반이 원장 개인에 의해 좌우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원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의료노련과 의사 노조 등 3개의 노조가 있다. 간호사, 사무직, 기술직, 의사직 등 직능이 다르지만 위탁운영 반대를 위한 연대를 구상 중이다.
김 위원장은 “모든 노조를 합쳐도 직원 과반이 안 되지만 비 조합원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 한마음으로 경영진 퇴진과 위탁반대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