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박탈법 제·개정 시 13개 보건의료 직종의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유례없는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8일 13개 보건의료복지연대는 의료 악법 저지를 위해 공동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의료 악법 통과 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협 비대위는 연석회의를 통해 12개 보건의료단체장 총파업 의지도 확인했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연석회의에서 다른 보건의료단체장들의 파업 입장을 확인하고, 의협 파업 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에 대해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각 단체 회원들에게도 파업 참여 의향을 확인해야 하고,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사전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의료계는 의사 직종보다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타 보건의료 직종이 파업에 나설 경우 미치는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직종별 요양기관 근무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 간호조무사는 25만6000명을 넘었다.
방사선사도 2만7900명, 임상병리사 2만3600명, 보건의료정보관리사 9400명, 응급구조사 4970명 순으로 집계된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호조무사가 파업에 돌입하면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이 모두 비상에 걸린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가 파업을 하면 개원가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직원이 없으니 의사들은 자동으로 휴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직원이 없어서 휴진을 하면 파업이 아니니 보건소에서 병·의원들에 업무개시 명령도 내릴 수 없게 된다"며 "국회는 물론 정부도 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병리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종도 마찬가지다. 응급구조사가 업무를 멈추게 된다면 응급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13개 보건의료 직종이 파업에 나설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도 인력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며 "응급구조사가 없으면 응급의료체계에 구멍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파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력은 업무를 하겠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평시보다 대응이 늦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13개 보건의료복지연대는 오는 16일 서울 시청에서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 총궐기대회 및 가두시위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