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직역단체 갈등이 병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병원 근무 간호사들이 회원들이 활동하는 병원간호사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PA(진료지원인력) 대리수술과 대리처방 원인은 간호법이 아닌 의사 수 부족"이라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이날 병원에서 근무 중인 진료지원간호사 7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진료지원간호사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어디에도 간호사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전공의들 주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최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간호법 제정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어 가장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병원간호사회는 “대전협은 대리수술, 대리처방과 아무 관계도 없는 간호법에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대통령 거부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발언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전협은 지난 2020년 국민 생명과 안정을 담보로 진료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대리수술, 대리처방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간호법에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대통령 거부권을 주장하며 또다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 외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 합법화 등 간호사 업무 범위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전협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병원간호사회 주장이다.
병원간호사회는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업무를 명시하고 있고 간호법 그 어디에도 간호사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전공의들 주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히려 대리처방 및 수술은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정책이 의사 외 타 직역이 면허 범위 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묵인하는 원초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감소한 이후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동결된 상황이다.
병원간호사회는 “그 결과 임상현장에서는 전공의 부족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기피과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병원은 전문화되고 숙련된 간호사에게 전공의 부족과 관련한 업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력들이 흔히 PA라고 불리는 간호사가 돼 대리처방 및 수술 등을 담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병원간호사회는 “이들은 간호사 면허를 갖고 의료기관에 채용되지만 의료기관 업무 배치에 따라 간호사 본연의 업무보다는 진료과 지원업무를 한다”며 “의료인으로서 정체성 혼란과 윤리적 갈등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병원간호사회는 “의협과 대전협은 이러한 임상현장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PA가 의사 고유 업무와 권한을 침해한다며 적반하장의 불법근절 운동을 언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진료 보조라는 명분 하에 PA에게 전공의 빈 공백을 메우도록 했다가, 필요에 따라 고발 등 불법 근절을 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모순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환자들을 위험한 상황에 내모는 파업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원간호사회는 “환자 곁을 지키며 업무공백을 메우지 않는 준법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 상황으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모두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본인들 업무를 보호받으며 일해야 한다”며 “의사집단 필요에 따라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역할을 수행하다가 반대로 면허 범위 외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