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의 오랜 숙원인 간호법 제정이 목전에서 대통령 거부권으로 사실상 무산되자 간호사들의 공분이 터져 나왔다.
간호사들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며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후 곧바로 대표자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 수위와 방식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오늘(17일) 오전 11시 대한간호협회회관 앞 단식장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협회가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 인원 중 98.6%인 10만3743명은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간호협회는 어떤 형태의 단체행동을 진행하든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투쟁할 방침이다.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중심으로 업무 외 의료활동을 하지 않는 준법투쟁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진료 거부와 같은 직업 윤리에 벗어나는 일이 아닌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며 면허 범위 내 업무 이외에는 거부하는 등 다양한 방향의 준법투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법,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 실질적 내용 포함하라”
하지만 이 같은 간호협회 대응에 일선 간호사들은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대통령은 간호법을 거부하고 간호협회는 즉각적인 단체행동없이 표로 단죄하겠다고 밝혔다”며 “일선 간호사들은 대통령에게 뺨 맞고 간협에게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으나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는 내내 방기해 오다 결국 공약을 파기하고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코로나를 겪으며 더욱 절실해진 간호인력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없이 간호법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 건강 발전 논의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들은 간호협회를 향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협은 간호사 활동 범위에 ‘지역사회’라는 단어를 하나 추가한 간호법으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 현실이 혁신될 것처럼 많은 간호사들을 호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의료법과 2019년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법안으로는 간호인력 현실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인력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과 같은 실질적 내용을 간호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협은 이번 대통령 거부권으로 국회로 되돌아가는 간호법에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내용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며 “그동안 본질을 외면해 오며 갈등만 부추긴 간호법이 이를 다시 세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 과정에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수많은 간호사들이 갈망하는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운동에 더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