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호사 민심 달래기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대통령 거부권 결정 직후 간호사 처우 개선 국가 책임제를 선언한데 이어 직접 병원 현장을 찾아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오롯이 간호사 챙기기에 하루를 할애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6일 국무회의 종료 후에 브리핑을 열고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호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과 무관하게 앞서 발표한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간호사 근무환경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5명으로 낮추고 3교대 근무 방식을 개선하는 등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조규홍 장관은 “간호사들은 지난 100년동안 환자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주리라 믿는다”며 간호계의 단체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브리핑 후에는 곧바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찾아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과 관련한 간호계 의견을 청취했다.
복지부는 이번 간담회가 현장 간호사들의 고충을 듣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다분히 민심 달래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간호계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간호법 제정 좌절시 가장 강력한 저항수단으로 ‘PA 업무 거부’를 예고한 만큼 당사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PA 간호사들은 조규홍 장관에게 업무 범위가 불분명해 정체성에 혼란이 있고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제도적 안정성을 갖출 것과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한 전문성 향상 등을 건의했다.
조 장관은 “협업이 중요한 의료 분야에서 여러 직역이 갈등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는 간호인력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간호계가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한 만큼 주무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간호계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실제 숙원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간호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파업 등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분위기다.
실제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회원 10만374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98.6%(10만3743명)에 달했다.
단체행동 방식은 면허증 반납 운동 64.1%(6만7408명), 1인 1정당 가입하기 클린정치 캠페인은 79.6%(8만3772명)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김영경 간협회장은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