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불법개설기관 환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 송치나 법원 기소 과정에서 폐업해 재산을 은닉하는 사례가 다수인 탓이다.
수사 결과서를 받기 전에 이미 폐업하면서 재산을 처분하고 은닉해 공단에서는 압류할 자산이 없어 징수가 곤란하게 되는 것이다.
13일 공단이 분석한 불법개설기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 결정된 1,698개소 중 폐업한 기관은 무려 1,635개소(96.3%)에 달했다.
이 중 불법개설기관으로 의심되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기간(환수결정 이전)동안 폐업한 기관이 1,404개소(85.9%)인데, 혐의가 의심되는 기관이 폐업하면 적발 후 징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법기관이 저지르는 사해행위 현황을 살펴보면 수사결과통보 이전에 폐업한 기관이 통보 이후에 폐업한 기관보다 64.7%p 더 높은 불법행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기간은 평균 11.8개월(최장 4년 5개월)이다.
이에 장기간의 수사기간 중 폐업 등으로 인해 불법개설기관이 운영과정에서 편취한 부당이득금의 징수 곤란으로 재정 누수가 가중된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공단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재정 누수를 조기 차단해 보험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근본적 방안으로서 특별사법경찰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특사경 도입 시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 불법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조기 압류 추진으로 추가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공단이 분석한 절감 효과는 연간 2000억원 규모다.
앞서 국회에서는 불법개설 근절을 위한 공단의 특사경제 도입 법안이 제20대 국회에서 입법 발의됐으나, 한 차례 법안 심의 후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개원 초기부터 3개 의원실(정춘숙, 서영석, 김종민)에서 공단 특사경 도입 법안을 입법 발의했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장기 계류 상태다.
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위해 보완 입법을 발의하고, 국회설득 및 다각도 홍보활동으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사무장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은 과잉진료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며 “공단은 특사경 제도 도입과 불법개설 기관 예방 및 적발, 수사협조, 부당이득금 환수 노력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