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를 위해 프로포폴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간호사에게 모니터링을 지시한 뒤 수술실을 떠난 후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 마취과 전문의에게 의료과실 책임이 인정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대법관 오경미)는 환자 A씨 등이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졌다.
환자 A씨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진 뒤 팔을 올릴 수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B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MRI 검사 결과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하고, 전신마취 및 국소마취 아래 관절경을 이용한 견봉하 감암술과 이두건 절개술을 진행했다.
수술 당일 오전 10시 15분경 B병원 마취과 전문의 C씨는 전신마취를 위해 A씨에게 아네폴(프로포폴), 세보레, 아산화질소 등을 주사했다.
또한 국소마취를 위해 목 부위에 리도카인, 로피바카인을 혼합 투여한 후 간호사에게 A씨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후 수술실에서 나왔다.
11시 수술이 시작된 후 A씨는 저혈압이 발생하고 산소포화도가 하강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간호사는 활력징후 감시장치 경보음을 듣고 ▲10시42분 ▲11시 ▲11시13분 ▲11시 17분 등 총 4차례에 걸쳐 C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C씨는 첫 번째 통화 후 간호사에게 에페드린 10㎎을 투여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11시 전화는 받지 않았으며 이후 두 차례 통화 후 수술실로 돌아와 A씨 상태를 확인하고 11시 20분 혈압상승제인 에피네프린 등을 투여했다.
하지만 A씨 상태가 회복되지 않자 C씨는 수술을 중단시키고, 환자를 앉은 자세에서 바로 누운 자세로 변경한 후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다.
B병원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A씨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으나, A씨는 응급실 도착 당시 심정지 상태로 사망했다.
이에 A씨 유가족은 "C씨는 응급상황 속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않은 등 의료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의사 C씨는 "환자가 수술 당시 고령으로 혈압약을 복용 중이었으며 혈압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적절한 약제를 투여하며 조치를 취했다"고 맞섰다.
원심 법원은 환자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마취과 전문의는 마취 중 환자에 대한 감시 업무를 소홀히 해 응급상황에서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했다. 제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C씨는 재판 결과에 불복하며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판단은 같았다.
대법원은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해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저혈압을 회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C씨 과실과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당시 의료사정 및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A씨 손해배상 책임범위는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