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증원 신청서 접수에 돌입하면서 의료계 시선은 다시금 각 의대를 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요조사에서 2025년부터 당장 2000명 이상의 증원이 가능하다고 했던 이들 대학이 이번에는 어떤 수치를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 사태를 전후로 태도 변화를 보인 의대학장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3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증원 신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본격적인 정원 확대 절차에 들어갔다. 신청 마감은 오는 3월 4일까지로 못박았다.
교육부는 신청서를 토대로 각 대학별 의대 정원을 결정하고,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를 거쳐 오는 5월말까지 최종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입학정원 2000명’이란 숫자가 지난해 이뤄진 수요조사 결과에 기인해 제시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학별 신청 인원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 ‘증원 규모 조정’인 만큼 이번 신청 인원은 지난해 수요조사 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학장들의 입장 변화에 곱지 않은 시선이 꽂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수요조사 결과 전국 의과대학들은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의 증원을 희망한다고 교육부에 회신했다.
특히 2030년까지는 시설, 인력 등 교육 인프라 확충을 통해 최대 3953명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해당 수요조사를 토대로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2000명씩, 5년에 걸쳐 1만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분위기가 고조되자 의대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000명 증원은 무리”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의대학장들은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당국에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대학 미래나 위상을 우선 고려해 나온 결과이며, 의대보다 대학본부 측 입장이 반영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26일에는 교육부와 각 대학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이후로 2025학년도 의대 학생정원 신청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대 증원 문제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규모 휴학을 하고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 신청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기존 계획에 변동 없이 내달 4일까지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26일 "공식적으로 증원 신청기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이 온 건 없다"며 "의견이 들어오더라도 신청기간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대학장들의 행보에 대해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반감이 적잖은 모습이다.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저지른 과오를 뒤늦게 수습하려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원로는 “각 대학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의대학장들도 나름 억울할 수 있겠지만 설령 그런 심정이었다면 한 발 앞서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고 일침했다.
이어 “위상을 고려한 대학본부 탓만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이번 증원 신청에서는 다른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 대학의 의대 입학정원 확정 시점과 관련해 4월로 늦어질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원 확정 시점은 당초 4월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복지부는 의대 증원이 총선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2~3월 중 대학별 정원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26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육부가 점검 중인데, 빨라지면 3월이 될 수도 있고 점검할 것이 많으면 4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