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윤·이슬비 기자] 3058명 정원을 보유한 전국 39개 의과대학에서 대부분 교육부 요청대로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30명 이상을 기본으로 해서 최대 150명정도까지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정부가 지난해 의대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2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정한 증원 신청 마지막 날인 3월 4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학본부와 의대가 머리를 맞대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데일리메디는 4일 오후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학을 제외한 전국 39개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신청 여부를 문의했다. 조사에 응한 곳 중에서 “신청 계획이 없다”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지만 증원 신청 규모 또는 증원 숫자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교육부가 요청한 ‘대외비’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학교들이 대학본부와 의대 간 막판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톨릭관동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영남대, 원광대, 전북대, 중앙대, 조선대 등은 총장과 단과대학장 간 학무회의를 열어 수용 가능한 규모의 인원을 조율했다. 단국대와 충남대의 경우 이미 신청을 완료했다.
이는 현재 경북대에서 의대와 대학본부 간 의대 증원 신청을 둘러싼 갈등이 가시화된 것처럼 내홍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홍원화 총장이 110명인 의대 신입생 정원을 250명~300명까지 늘리자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자 의대 교수들이 반발하며 “경북대 교육 여건 상 해부실습·병원 실습 시 시설·기자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작년 11월 보건복지부 수요조사와 비슷한 규모 추정
모든 학교가 증원 신청 규모는 미공개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학교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증원 수요조사 때와 동일한 규모로 신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건국대·영남대 관계자는 “복지부에 제출했던 수치와 비슷하게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남대는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40~50명 규모로 늘려 교육할 예정이며, 전북대 역시 현재 142명인 의대 정원에서 상당수를 늘려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는 지난해 11월 복지부 수요조사 때 기존 49명에 70명을 더한 119명에서, 최종 마감 때 150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의대 정원이 76명인 한림대 역시 30~40명 규모로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이 125명인 조선대의 경우 교수진과 시설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해 45명을 늘리고, 중앙대 역시 86명인 현재보다는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 의대 학장·학원장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최근 적절한 증원 규모라고 못박은 ‘350명’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소규모 이른바 ‘미니의대’ 또는 지방의대의 경우 이번이 근 30년 만에 학교 규모를 키우고 교육 환경을 개선할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지방의대 관계자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다가 규모를 키운 다른 대학과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대학 내부에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미니의대이자 지방대 의대인 제주대 의대는 현재 입학정원이 40명인데, 의대 측은 “입학정원이 100명은 돼야 병원이 제주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길여·윤동섭·홍성희 등 의사 출신 총장들도 '증원 OK'이지만 '규모 고심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서 관심이 쏠리는 곳은 의사 출신 총장들이 부임하고 있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들은 의과대학 입장을 적극 수용하고 있지만 학내 갈등을 우려해 대부분 의대 증원을 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구체적인 신청 규모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조율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외과 전문의 윤동섭 총장이 이끄는 연세대학교는 현재 의대 증원을 신청하기로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신청 규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윤동섭 총장은 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교수들의 반대가 강해 구체적인 규모 등을 아직 정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전국 의과대학 학장이 주최하는 교수회의를 통해 결정된 의견을 대학에 강하게 제시하고 있다”며 ‘증원이 여러가지 여건상 힘들지 않겠느냐, 증원을 하지 말라’고 대학 본부에다가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몇 퍼센트 증원하겠다’는 것은 여러 다른 대학 교수님들의 의견을 고려하고 조율한 후에 밝히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홍성희 총장이 이끄는 을지대학교도 앞서 진행한 수요 조사와 비슷한 80~120명 수준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나 최종 증원 규모와 여부를 조율 중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정성택 총장이 부임 중인 전남대학교 역시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40∼50명 규모로 교육부에 증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의과대학 학생과 갈등을 빚으며 막판까지 고심이 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달 29일 전남대 의대 재학생들은 성명을 내어 “학생들과 협의 없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 응답하지 말아 달라”며 “부실교육 여파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저희 목소리를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의사이기도 한 이길여 총장이 이끄는 가천대학교는 구체적인 정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80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오늘(5일) 오전 전국에서 신청한 의대 증원 규모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