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사태 이후 수련현장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단 한번 뿐’이라던 전공의 수련 특례를 아예 명문화하기로 했다.
진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복귀를 위해 원칙까지 깨뜨린 정부가 이제는 원칙 자체를 바꾸겠다고 나서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전공의 수련에 관해 특례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련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신종 감염병과 같은 보건의료 심각단계 위기 경보 상황이나 이번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 등에 대비해 수련 정상화를 위한 전공의 구제책을 법으로 보장함을 의미한다.
현행 규정에는 당초 수련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원소속이 아닌 다른 수련병원 응시도 불가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특별한 상황에서는 사직 전공의도 동일과목, 동일연차 복귀는 물론 타병원으로의 응시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지난 달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특례 적용을 발표하고 관련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건당국에게 지나친 임의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논란이 됐던 수련 특례 조항 중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삭제해 재입법예고 했다.
새로운 개정안에는 △보건의료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로 수련 특례 조항을 제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고뇌도 있었지만 전공의 수련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례 효과는 미미했다. 사직 전공의 대부분은 정부가 원칙을 깨면서까지 제시한 회유책에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복귀를 거부했다.
실제 최근 실시한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총 125명이 지원해 총 모집인원 7645명 대비 지원율은 1.6%에 그쳤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는 처참했다. 내과 1.63%(모집 735명·지원 12명), 외과 1.57%(317명·5명), 산부인과 0.81%(367명·3명), 소아청소년과 0.36%(553명·2명)의 지원율을 보였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만3531명 중 1201명으로 집계됐다. 출근율은 8.9%에 그쳤다.
사직 레지던트 5701명 중 약 11%인 625명(5일 기준)이 종합병원 등에 취업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사직 레지던트가 일반의로 취업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