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전공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병원들이 이번에는 웃음꽃을 피웠다. 후기 인턴모집 전형결과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지난달 마무리된 전기모집에서 빅5 병원을 비롯해 많은 주요 대형병원이 이례적인 미달 사태를 겪은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료계에서는 전기모집 탈락자가 예년보다 많았고 혹독한 인턴 수련과정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려는 요즘 젊은의사들의 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데일리메디는 4일 2022년도 인턴 후기모집에 나선 32개 병원 중 24개 병원의 전공의 지원현황을 조사했다. 이들 병원은 총 173명 모집에 지원자는 248명으로 경쟁률 1.43대 1을 기록했다.
확인결과 32개 병원 중 20곳이 충원에 성공했다. 충원에 실패한 병원들도 모두 지원자를 1명 이상 확보해 지원자 자체가 없던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수도권 병원·공공병원 모두 '풍년'
이번 인턴모집에서 가장 많은 지원자를 확보한 병원은 서울의료원으로, 27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해 경쟁률 1.78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분당제생병원은 17명 모집에 3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대 1을 넘어섰으며, 한일병원 역시 10명 모집에 19명이 몰려 안정적 충원에 성공했다.
그 외 수도권 수련병원 중 인천세종병원(5명 모집), 부천세종병원(6명 모집), 김포우리병원(3명 모집), 추병원(2명 모집) 등이 정원에 딱 맞게 지원서를 받아 경쟁률 1대 1으로 마감했다.
한림병원은 3명 모집에 지원자는 1명에 그쳐 경쟁률 0.33대 1으로 수도권 수련병원 중 유일하게 충원에 실패했다.
수도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전 지역 병원들도 무난히 정원을 충족했다. 대전선병원은 10명 정원에 11명이 원서를 냈고(1.1), 유성선병원 또한 4명 정원에 5명이 몰리며(1.25) 모두 낮지 않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인턴모집에서는 공공병원 또한 예비전공의들의 관심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찰병원은 16명 모집에 30명이(1.88), 서울적십자병원은 6명 모집에 11명(1.83)이 원서를 접수했다.
지방의 부산보훈병원(1)과 전라북도군산의료원(1.75) 또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영남‧호남권 소재 병원들 대부분 충원
수도권 외 지방 소재 병원들도 예년보다 높은 지원자수를 보였다.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후기모집에 배정된 포항성모병원은 5명 모집에 5명이 지원하며 1:1 경쟁률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병원들도 대부분 충원에 성공했다. 영도병원은 1명 정원에 딱 맞는 지원자를 받았다.
은성의료재단 좋은병원들도 호성적을 거뒀다. 좋은강안병원은 6명 정원에 7명이 원서를 넣으며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섰으며, 좋은문화병원도 정원을 채우며 1:1 경쟁률로 마감했다. 7명 모집에 나선 좋은삼선병원만 6명이 지원하며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물론 충원에 성공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지원자 풀이 협소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김원묵기념봉생병원은 5명 충원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3명에 그치며 0.6:1 경쟁률로 마무리했다. 대동병원은 9명 정원을 받았지만 절반이 조금 넘는 5명 지원자가 원서를 내며 0.56:1 경쟁률로 나타났다.
이어 전북지역에선 총 두 개 병원이 후기모집에 참여했는데, 모두 충원에 성공했다. 대자인병원은 2명 모집에 2명 지원자가 나왔고 앞서 군산의료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기모집 탈락자 많고, 업무량 적은 중소병원 선호"
이번 인턴 후기모집에서 중소병원들이 선전한 것에 대해 의료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후기모집에 참여한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앞선 전기모집 전형결과 예년보다 탈락자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전기모집에서 탈락한 지원자 상당수가 후기모집으로 넘어온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류접수가 마감된 전기 모집에는 79개 수련기관이 참여했다.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70개 기관의 총 지원자는 3113명이며, 전체 경쟁률은 1.09:1로 나타났다.
전기모집에서 탈락한 인원은 25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인턴 수련 과정에 대한 예비 전공의들의 인식변화도 후기모집 쏠림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중소병원 교육수련과장 A씨는 “중소병원은 대형병원에 비해 업무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단한 전공의 수련과정 중 인턴 기간이라도 ‘편하게 보내는 것’을 원하는 지원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전공의들에게 가장 중요한 레지던트 전문과목 선택과 관련해서도 인턴 수련 성적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대형병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A씨는 “코로나19 관련 업무 과중은 오히려 중소병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레지던트와 인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적잖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