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코로나19 진료를 담당하면서 전문과목 수업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진료 관련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된 91개 병원의 전공의 332명이 참여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많은 수련병원이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새로운 의사인력을 보충하지 않았고 사전 고지 없이 전공의들을 업무에 투입했다.
조사 결과 응답한 전공의 중 66%가 해당 수련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세부 답변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진료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의사는 ▲교수(18.4%) ▲전임의(6.6%) ▲전공의(65.7%) ▲파견 군의관/공보의(0.9%) ▲코로나19 전담의사(6.3%) ▲기타(2.1%) 등이었다.
또 80%의 회원이 속한 수련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추가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심지어 몇몇 병원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코로나19와 무관한 과목을 교육받고 있는 전공의들을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했다.
이어 전체 회원 중 64%만이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될 예정임을 사전에 고지 받았고, 전체 회원 중 94%가 진료 투입에 대해 결정 권한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은 수련병원들도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60%는 ‘코로나19 진료 참여에 대한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수당을 지급받은 경우 액수는 5만원 미만(41.9%)이 가장 많았다. 이어 5~10만원(17.6%), 10~15만원(6.1%), 15~20만원(3.4%), 20만원 이상(6.1%), 없음(12.9%) 등으로 조사됐다.
전공의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하루 평균 수당은 20만원 이상(34.2%)이었다.
전공의 78% “전공과목 수련 질적 저하”
대전협은 “가장 심각한 것은 수련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사결과 77.7%의 전공의가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됨으로써 전공과목 수련에서 질적 저하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들 전공의는 정규시간 교육 업무를 제외하고 선별진료소에 투입되며, 기존에 있던 수련 과정을 폐지하면서까지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응답자 중 60%는 ‘전공과목 관련 수련이 줄었다’라고 답했다.
대전협은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진료를 담당할 전공의 추가모집을 실시해 빈축을 샀다. 수련현장을 더욱 무너뜨리겠다는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모집을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없이 수련의 충원만으로 현재 위기를 넘기려는 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