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젊은 의사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의료 환경에서 의사는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진료는 물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연구까지 강요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병원 및 산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에 있어 의사와 병원 역할은 절대적이다. 아이디어 원천이자 전문인력, 시설·장비 등 필수 인프라를 보유하고 개발된 기술과 제품을 사용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분야 우수한 인재가 집중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 역량 및 병원 정보시스템을 보유하고, 의료기술·서비스는 이미 ‘의료 한류’ 등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의사과학자(MD-Ph.D)는 의료 현장의 실용적 아이디어 창출 당사자이자 최종 소비자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충족 수요에 대한 문제의식과 필요한 해결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구립보건원(NIH)은 지난 1964년부터 의사과학자 육성프로그램을 운영, 총 170만명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했다. 최근 15년간 노벨상 수상자 14명을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의사의 5~10%만 이 같은 연구를 수행한다. 대다수 의사는 환자 진료만 본다는 얘기다.
“연구보단 진료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는 국내 대학병원 구조 바꿔야”
지난 11일 열린 혁신형 의사과학자 연구사업 성과교류회에서 서재홍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병원협의체 회장(고대구로병원)은 의사들이 환자만 보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에게 시스템과 인프라, 행정 지원 등을 통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중견 연구자로 성장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해당 사업 목표를 설명했다.
서 회장은 “미국은 국가과제 연구를 수행하면 연구비의 40~50%가 해당 기관에 지원된다”면서 “환자 진료를 통해 나오는 수익보다 연구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큰 구조”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연구비의 20% 정도만 병원에 지원돼 현실적으로 환자를 보는 게 연구하는 것보다 수익이 더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은 의사 인재, 병원 시스템 등 우리나라 강점을 활용, 임상겸험과 지식을 갖춘 의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 및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8년도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의사 양성 및 병원 전략 발표’를 통해 연구의사 양성체계 강화 및 산·학·연·병원 간 협력을 활성화하고 지역병원 연구역량을 강화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2019년도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선정 및 지원‘을 시작, 신진의사과학자를 양성했다. MD-Ph.D 협업연구, 현장 아이디어 기반 맞춤형 의료기술 개발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고려대학교구로병원 ▲한양대학교병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인하대학교부속병원 ▲충남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등 8개 병원이 참여했다.
연구수행 기회 제공 ‘혁신형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기대 이상 성과
해당 사업에선 임상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 교육 등 종합적인 지원과 관리를 한다.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신진 임상의(전문의 취득 후 7년 이내)를 우수 의사과학자로 양성하기 위한 연구수행 기회를 제공한다.
MD-Ph.D는 우수 중견연구자들 협력연구를 통해 미충족 의료기술 개발 및 의료기술 실용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신규 고용 및 임상 참여가 확대되는 등 현재까지 정량 목표를 초과, 추가로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한 파트에선 SCI 논문 290% 및 특허출원·등록 200%, 제품 1건과 기술이전 2건, 창업 4건, 고용창출 신규 109명이 추가됐다.
다른 파트는 SCI 158%, 특허출원·등록 154%, 제품화 7건, 비임상·임상 4건, 기술이전 12건, 창업 3건, 고용창출 신규 147명 등 추가로 목표보다 많은 성과를 이뤘다.
서 회장은 “병원들은 연구, 교육, 진료 세가지 다 잘하는 의사를 원하지만 대학 급여 틀에 맞춰 급여를 올리기 어렵고 진료비는 의료보험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정식 교원과 임상의사 투트랙으로 급여를 상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젊은 의사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