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전공의들이 여전히 내부 폭력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려대의료원과 한양대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전공의들의 폭력 피해 호소가 많았다.
이와 관련, 해당 병원은 내부적으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교수 및 동료 선후배 등으로부터 겪는 내부 폭력 문제는 지난해에도 해결되지 못했다.
대전협이 최근 발표한 ‘2021 수련병원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병원 규모에 상관없이 내부 폭력 악습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반적으로 중소형병원이 중대형 및 대형병원보다는 내부 폭력 경험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가 500명 이상 근무 중인 대형병원의 경우 6곳 중 고대의료원이 27.5%로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삼성서울병원 22.3%, 세브란스병원 18.5%로 나타났다.
반면 폭력을 겪은 전공의가 가장 적었던 곳은 12.4%를 기록한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서울대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도 각각 18.2%와 13.4%로 집계됐다.
전공의 200명 이상 500명 미만이 근무 중인 중대형병원 14곳 중에서는 한양대병원이 43.1%로 폭력 사례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북대병원 42.4%와 인하대병원 40%가 뒤를 이었다. 건국대병원과 경희대병원도 각각 38.8%와 30.8%로 폭력 피해를 호소한 경우가 비교적 많았다.
반면 최하위는 폭력 경험을 호소한 전공의가 7.7%에 그친 가천대 길병원이 차지했다. 다음으로 폭력 경험 비율이 낮았던 곳은 21.7%의 충남대병원이었다.
100명 이상 200명 미만의 전공의가 근무하는 중소형 병원의 경우 1‧2위의 폭력 경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1위는 51.7%를 기록한 순천향대서울병원이었고, 2위는 50%의 강동경희대병원이었다.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46.3%)과 동국대 일산병원(45.8%), 한림대 강남성심병원(40%)도 전공의들의 폭력 노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북삼성병원은 2.9%에 그치면서 전공의 100명 이상 근무 중인 모든 병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31.4%로 중소형병원 중 1위를 기록했던 제주대병원은 이번 조사에서 4.7%로 전년 대비 15%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아직도 전공의를 향한 교수‧동료의 내부 폭력은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평가에서 내부 폭력 호소 비율이 높았던 병원들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 및 추가 대응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런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폭력은 문화가 될 수 없다. 과거에는 몰라도 현재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반드시 근절해야 할 악습이다. 대전협에서는 전공의의 부당한 대우 및 폭력 노출 사태 접수 시 협의회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대‧한양대‧순천향서울 “폭력 묵인한 적 없고 철저히 대처할 것”
한편 병원 규모별로 폭력 노출 병원 멍에가 씌어진 고대의료원과 한양대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은 내부 문화 개선에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우선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대의료원은 그동안 폭력 방지를 위해 매년 전(全) 직원을 상대로 예방 교육을 진행해왔다. 병원 차원에서 폭력을 묵인한 경우는 결코 없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대의료원은 내부 폭력 발생 시 꼼꼼히 조사해 진위에 따라 엄정한 조처를 할 것 ”이라며 “이번 결과를 계기로 앞으로 폭력 상황에 대해서는 더더욱 철저하게 대처할 것을 약속하겠다. 전공의 여러분도 만일 내부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을 경우 병원 측에 꼭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한양대병원 측은 “한양대병원은 폭력 예방을 위해 매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 직장 내 폭언 폭행 예방관리법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또 전공의 폭력을 비롯한 직장내 괴롭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지침을 제정해 전공의와 병원 구성원들을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방지위원회, 진료부서장회의, 수련교육위원회에서 전공의의 폭력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병원 차원에서 폭력을 묵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철저하게 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점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 평가 결과가 알려진 뒤 병원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원장 주재 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 대책을 논의했다”며 “우선 현재 전공의들이 어떤 폭력에 노출됐는지 상황 파악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후 심각성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매년 폭력 예방을 위해 매년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폭언 폭행 관련 교육을 실시해왔다. 앞으로도 전공의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