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 이후로 의료진의 안전한 진료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국립대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여전히 환자와 보호자 등의 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돼 있었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2021년 수련병원 평가결과에 따르면, 사립병원에 비해 국립대병원이나 공공병원의 경우 전공의가 빈번하게 환자나 보호자의 폭력에 노출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규모별로 살펴보면 500명 이상의 전공의가 근무하는 6개 대형병원 중에는 고려대의료원이 43.8%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서울병원(36.6%), 서울대병원(34.6%), 세브란스병원(29.2%), 가톨릭중앙의료원(28.7%)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25.5%가 폭력 사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제일 낮았다.
그 외 병원 규모별 분류에서는 모두 국립대병원이나 공공병원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200병상 이상 500병상 이하의 중대형병원 중에서는 충남대병원이 60%로 가장 높았다. 충남대병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에서 57%로 중대형병원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전남대병원(52.9%)과 경북대병원(51.5%) 역시 과반수가 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 개선이 시급해보였으며 전북대병원이 47.6%로 뒤를 이었다.
아주대병원(46.2%)은 사립병원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올라 전공의들 폭력 노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병원 중 가장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 노출이 낮은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23.5%) 이었다.
100병상 이상 200병상 이하의 중소형병원 역시 전공의들이 가장 많이 폭력에 노출된 곳은 국립대병원인 충북대병원(58.3%)이었다.
한림대성심병원(57.8%)과 중앙보훈병원(52.9%), 영남대병원(52.2%), 조선대병원(51.5%) 모두 전공의들의 폭력 경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중앙대병원은 15%만 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00병상 미만의 소형병원은 병원별 전공의 폭력 노출 정도 차이가 심각했다.
국립나주병원을 비롯한 국립암센터, 메리놀병원, 국립춘천병원, 대전선병원, 국립공주병원 등 6곳의 전공의는 전원 모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메리놀병원과 대전선병원을 제외한 4곳은 모두 공공병원이다.
반면, 단 한 명의 전공의도 폭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곳은 김포우리병원,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창원경상대병원, 용인정신병원, 부산성모병원 등이 확인됐다.
공공병원 관계자 A씨는 “병원 내 폭력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비상벨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 등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며 “공공병원은 아무래도 고령층 환자가 많고 환자들이 직원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어 일반사립병원에 비해 더 빈번하게 폭력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산백병원‧강동경희대병원 등 16곳 전공의 “피해자 보호 조치 부적절”
병원 내 전공의 폭력 사태는 여전히 빈번한 데 비해 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에 대해 전공의 대다수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병원 내 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과반을 넘는 병원을 찾기가 힘들었으며,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곳은 16곳이나 됐다.
대형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32.1%)과 서울아산병원(31.4%)이 가장 높았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16.7%) ▲세브란스병원(16.1%) ▲서울대병원(15.6%) 순이었다.
환자 및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력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고려대의료원은 피해자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전공의 비율도 9.6%로 최하위였다.
중대형병원에서는 가천대길병원이 30.8%로 가장 보호 조치가 잘 이뤄진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최하위인 경희대병원은 7,7%에 그쳤다.
중소형병원 중 인제대일산백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전공의는 아무도 폭행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병원은 병원에 따라 격차가 심각했는데 용인정신병원(100%)과 김포우리병원(66.7%), 부천세종병원(50%), 가톨릭관동국제성모병원(50%), 광명성애병원(50%) 등은 과반수가 병원 조치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적십자병원, 대전보훈병원, 계요병원, 추병원, 대구의료원, 국립공주병원, 한일병원, 원광대산본병원, 대전선병원, 광주기독병원, 부산성모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메리놀병원, 국립암센터 등은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