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협력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대학교 전임교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립학교법 임용절차에 따라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의과대학 교원으로 채용했다면 사학연금을 지급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학교법인들은 국고에서 부담하는 123억원의 사학연금을 지급받게 됐다.
의료계에선 “협력병원도 정당한 의학교육의 장임을 대법원이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최근 울산공업학원 등 5개 학교법인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상소를 기각했다.
1‧2심과 대법원은 "의대 교수들이 교육업무를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협력병원 근무 교원이 근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협력병원에서 진료 업무를 하는 데 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사립학교법이 정한 임용절차에 따라 원고들이 운영하는 의과대학 교원으로 임용된 이상 사립학교법상 교원 지위를 갖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지난 2011년 을지대학교 협력병원 소속 의사들에 대한 교수 임용계약이 적법하지 못하다는 대법원 판례에 대해선 “관할 행정청이 해당 학교법인에 대해 관련법령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교원운용실태를 시정하라는 감사결과 처분 요구가 적법하다는 것이므로, 교원에 대한 임용계약 효력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7년 시작된 ‘협력병원 교수’ 논란…15년 이어진 법정 공방
협력병원 소속 교수들의 지위를 둔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을지대학교 회계감사를 벌이던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협력병원 을지병원 의사들에게 ‘교수’ 지위를 임의로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때만 해도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상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 교원을 파견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하지만 많은 학교법인이 관행적으로 협력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교수 자격을 부여했다.
협력병원 교수들의 교원임용을 해지하라는 교육부 통보에 을지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법정공방 끝에 결국 패소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 변했다. 의과대학 교수가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었다.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교육부는 “세계적 흐름과 국공립 의대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7월부터 법안이 시행되면서 협력병원 소속 교수들은 지위를 온전히 인정받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학연금’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법안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1년, 대학등록금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대학들이 의과대학 대학병원과 협력병원 근무 의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일반적인 단과대학 소속 교수들에 비해 수업시수가 적고, 또 진료 업무를 병행하면서 교육업무에 충실히 임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2012년 교육부는 각 학교법인에 그 동안 국가가 부담한 사학연금·건강보험료 등 국가부담금 약 126억원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국가부담금을 두고 대학병원과 정부 간 법정싸움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대상이 된 학교법인들은 절반 정도인 65억원의 사학연금을 토해내게 됐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울산공업학원(서울아산병원) 23억1000만원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19억4000만원 ▲일송학원(성심병원) 약 3억9000만원 ▲성광학원(차병원) 7억2000만원 ▲가천학원(길병원) 약 6억5000만원 등이었다.
불복한 각 학교법인은 소송을 제기했고, 3심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대법원은 학교법인들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협력병원에서 진료를 담당하면서 의과대학생 교육과 연구를 하는 교원 운영방식이 관행으로 고착돼 상당한 시일이 경과했다. 이는 원천적으로 금지돼야 할 성격의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상급병원인 협력병원에 근무하면서 고난이도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면서 최신 진료기법을 연마하는 것 또한 일종의 연구 활동 병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의료교육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 대법관 일치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