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공공의대 예산 또 '4억원' 편성
2019~2021년 3회 연속 전액 불용···의료계와 '설립 중단' 잠정합의 무색
2021.10.26 06:0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로 표류 중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무려 4번째 예산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년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만 책정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와 코로나19가 안정화 될 때까지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키로 합의해 놓고 뒤에서는 관련 예산을 책정한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도 예산안에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공공의료인력 양성기관 구축운영 사업 예산으로 3억9000만원을 편성했다.
 
복지부의 공공의대 설립 관련 예산 편성은 이번이 벌써 4번째다. 2019년 3억원, 2020년 9억5500만원에 이어 2021년에는 11억85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해당 예산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전액 불용 처리됐다. 예산을 확보하고도 한 푼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관련 법 제정을 전제로 4년 째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안은 제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2019~2020년 예산은 전액 불용됐고, 2021년 예산 역시 8월 기준으로 집행액이 ‘0원’으로, 전액 불용 처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근거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는 한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만료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3차례 발의됐으며 해당 법안들은 모두 현재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계류 중이다
 
발의된 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복지부는 또 다시 학교와 기숙사 설계비 명목으로 3억9000만원을 편성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고집스런 예산 편성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을 넘어 고도의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복지부는 2018년 4월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및 필수 공공의료 공백 방지를 목적으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전북 남원에 과거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이양받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주된 교육기관으로 하되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실습기관으로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공공의대 학생은 입학금, 수업료 등 4년 간의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며,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간 공공보건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지침도 마련해 뒀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제정되지 않으면서 복지부의 공공의대 계획도 4년째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법령 제정시 즉각 설립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을 계기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합의한 상태에서도 관련 예산은 지속적으로 책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9월 4일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가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고,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라고 합의했다.
 
특히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근거법률이 마련된 이후 공공의료 인력양성기관 구축 운영 사업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도 담겨 있다.
 
복지부의 반복되는 조건부 예산 확보 행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도 쓴소리를 던졌다. 법적 근거도 없는 사업에 대해 무조건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법률안 통과를 전제로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지부는 보다 신중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델타변이 출현 등 코로나19 확산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의료계와의 합의를 감안하면 이런 식의 예산 편성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일침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