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수련과정 중 동료에게 폭언과 폭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공의가 "피해 사실 공론화 이후에도 병원과 국가기관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당 전공의가 수련을 받은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당 전공의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전공의 수련평가환경위원회와 고용노동청, 국가인권위위원회, 민사소송 등에서 모두 기각 및 패소했다면서 본원의 조치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공의 A씨는 “동료들의 괴롭힘은 지난 2019년 11월 말 일부 전공의들이 학술대회나 콘퍼런스 등에 참석하지 않고도 바코드만 등록해 평점을 따는 이른바 ‘대리출석’ 행위를 지적하며 시작됐다”고 말했다.
A씨는 “전문의 시험에 필요한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서로 바코드만 찍어주거나 원내 학술 콘퍼런스에 대리 사인해주는 대리출석 문제와 보호자들에게 금품이나 음식물을 받는 경우 등을 지적한 후로 왕따가 시작됐다”며 “처음엔 은따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욕설과 폭행을 포함한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재산적 피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국립중앙의료원에 발송한 결정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중 병원 숙직실 등에서 업무분담과 관련해 갈등이 있자 전공의 B씨는 A씨 안경을 벗겨 손괴하고 다툼 과정 중 복부를 발로 차 폭행했다.
전공의 A씨는 “가해자는 재물손괴, 폭행죄로 벌금 100만원 및 당직실에 무단으로 들어간 혐의로 방실침입죄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만원 처분을 받았다”며 “하지만 폭행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B의 팔을 잡아당겼다는 이유로 나 또한 기소유예 처분이 나왔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폭행 사건 이후 즉시 병원 측에 괴롭힘을 알리고 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 및 B씨와의 분리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병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수련교육부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분리조치를 요구했는데 모두 거부당했다”며 “병원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분리조치할 수 없다고 주장하더니 지난해 4월 직접 분리조치 가처분 신청을 하니 부랴부랴 당직실 등 일부만 분리 조치를 진행해줬다”고 호소했다.
이어 “B씨는 범죄전력만 전과 3범으로 내가 헌법소송을 제기한 것과 무관한데 병원은 형평성을 무기삼아 처벌을 미루며 방치하고 있다”며 “B씨는 내년 초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 전문의가 되면 병원 측이 징계할 수 없게 되는데 누구를 위한 형평성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B씨와 달리 A씨는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 미흡으로 전문의가 되기 위한 필수 수련교육을 받지 못한 채 내년 초 수련기간이 종료될 예정으로 전문의 자격증 취득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여러 외부기관 검토 결과, 수련환경 및 조치 등 적법”
A씨는 병원 측에서 해결이 어렵자 대한전공의협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청 등 외부기관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가 폭행 및 방조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업무외적인 사항으로 벌어진 일로 인권위법상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A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인격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기각 결정한 바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대전협 또한 두 번이나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라는 공문 발송 정도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며 “대전협 관계자와 상담을 진행했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공의협의회는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언론에 제보하고 수평위에 분리조치를 요청하라는 조언 정도만 들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들은 모두 쌍방폭행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 피해자와 가해자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하며 사건 발행 이후 추가 충돌을 막기 위해 최대한 분리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같은 년차 전공의 동료로 상대는 11살이나 어린 여성 동료이고 이들은 쌍방폭행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본인 주장과 추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사건 발생 이후 두 명의 전공의를 수련과정에서 가능한 최대로 분리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병원은 "해당 전공의가 같은 내용으로 그간 수많은 국가기관 및 의학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경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A씨는 해당 내용을 그간 가처분소송 및 민사소송, 수련평가위원회, 고용노동청, 국민권익위, 국가인권위 등 많은 외부기관에 호소했지만 모두 기각 및 패소했다”며 “또한 여러 외부기관에서 폭행사건 관련 본원 조치에 대한 검토가 있었지만 수련시스템이나 병원 조치에 문제가 있어 시정조치 받은 사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