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이번 주말 60대 미만을 대상으로 보류했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유럽과 마찬가지로 국내서도 AZ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과 이익 분석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의약품청(EMA)은 4월 7일(현지시간) "혈전이 AZ백신 접종과 관련성이 있다면서도 매우 드문 부작용"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AZ백신 접종을 통한 이익이 위험보다 커 접종 권고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EMA에 따르면 AZ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혈전 부작용은 헤파린을 투여한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헤파린유도혈소판감소증과 유사한 기전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간 AZ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는 60세 이하 여성 비율이 높았으나 EMA는 접종자 사이에서 연령, 성별, 과거약물 사용 등 특정 요인으로 인한 혈전 발생률 차이는 없다고 봤다.
EMA는 AZ백신 접종 후 숨 가쁨, 가슴 통증, 다리의 붓기, 지속적 복부 통증, 심각하고 지속적인 두통과 시야 흐림을 포함한 신경학적 증상 등이 있을 경우 즉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EMA 발표가 있기에 앞서 우리 정부는 60세 미만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8일부터 시작 예정이었던 전국 특수학교 종사자,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어린이집 장애아전문 교직원·간호인력 등 약 7만명 대상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계획은 일시 연기된 상태다.
이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들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AZ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과 이익을 국내 상황에 맞게 서둘러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인종, 접종 대상 등에 따라 AZ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과 이익은 달라질 수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이미 상당수 국민들에게 접종이 진행된 영국은 젊은층 대상 AZ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위험보다 높지 않다고 보고 30세 미만에겐 AZ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접종을 권고키로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8일 SNS에 "접종 잠정 중단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며 "여전히 위험과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암환자들이 부작용이 많은 항암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뭔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치료하는 이유를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위험과 이익 계산이 쉽진 않지만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진 다른 백신들엔 혈전 발생 위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고연령층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AZ백신을, 젊은층에는 다른 백신을 접종케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말 60세 미만에 대한 AZ백신 접종 재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인데 다시 접종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MA 발표에 따르면 매우 드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접종할 경우 얻는 이익이 안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에서 검토하고 접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