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현실성 없다"
정부 시범사업 계획안 지적…"실제 의료현장서 발생 문제점 전혀 고려치 않은 정책"
2024.09.29 15:23 댓글쓰기

정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의료계가 비판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가장 중요한 '중환자 개념'도 없고,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의료현장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에 대한 과중한 근로 의존도를 낮추면서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하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하는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연간 3조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하여 중증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는 한편,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높여 중증 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차원에서 그럴듯해 보일 수 있으나, 단기간에 시범사업 실행을 설계한 탓인지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감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촉발한 의료대란 사태로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중심의 병원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만들어낸 졸속 시범사업임을 정부 스스로가 방증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단체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면서 정작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자리를 간호사로 대체해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더 숙련된 전문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는 대학병원 존재 이유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는 '중환자'에 대한 개념을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로 정의하면서 단편적이고 모호한 예시만 제시할 뿐, 명확한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의협은 "의료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정부가 지금이라도 개선하고자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일견 바람직해 보일 수 있으나, 광범위한 전문과목에서 고도의 의학적 전문성을 동원해야 가능한 일을 정부가 급조하는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TF'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표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기능 재정립은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중증 분류체계부터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정부 멋대로 일부 재정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수가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바꿔놓은 진료환경 내에서 의료계의 자생만을 강요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모든 전문 과목에 공평한 진료의 기회가 주어졌던 수련환경을 파괴하고 일부 진료과목 몰락을 부추기는, 의료상식이 부족한 졸속 정책 시행을 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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