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와의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법원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
9일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보톨리눔 톡신 품목허가 취소 등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식약처가 내린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50·100·150단위 3개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중지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식약처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향후 항소를 진행할 수 있어 대응 방침이 결정되며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비롯한 필요한 후속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구체적 입장 표명은 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식약처와 메디톡스 간 갈등의 시작점이다. 지난 2020년 6월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신고하지 않고 무허가로 원료를 변경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후속조치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50·100·150단위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식약처 행정처분에 반발했다. 당시 "원료는 변경되지 않았고 제조방법만 바뀌었다. 이는 제조판매업무정지 1개월 처분에 해당하며 품목허가 취소는 과하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메디톡스는 식약처를 상대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8월 법원은 메디톡스에 내려진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후 3년 넘도록 메디톡스와 식약처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을 이어왔고, 그 결과 식약처 패소로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7월에도 식약처는 메디톡스와 '간접 수출'을 두고 벌인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패했다.
제약사들은 관행적으로 국내 도매업체를 통해 보톨리눔 톡신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 도매업체들이 중국 보따리상에 판매하면, 제약사들은 중국의 품목허가 없이 편법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도매업체를 통해 물량이 수출됐으니, 국가출하승인이 필요 없는 간접 수출이라고 주장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국내 판매'라고 보며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11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50·100·150·200단위 4개 품목, 코어톡스(100단위) 등 총 5개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명령을 내렸다.
부당하다고 여긴 메디톡스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메디톡스 간접수출을 '수출'이라고 보고 식약처가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약사법에는 수출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이 없으며, 무역업계에서 해외 수출은 직접 수출뿐만 아니라 간접수출이 광범위하게 이용될 정도로 제도적으로 완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
이어 "일반적으로 수출은 직접수출과 간접수출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식약처가 내린 행정처분에 불만을 가진 제약사와의 법적 분쟁은 늘어나고 있지만 소송 대응은 쉽지 않다. 담당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처분에 반발해 소송에 나서는 제약사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력을 늘리기 어렵고 예산도 적어 기업처럼 대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