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었다. 미국과 캐나다 현지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삼성(이재용)·SK(최태원)·롯데(신동빈)·CJ(이재현) 등 재계 총수들이 바이오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관측되는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까지 미래 사업 한 축으로 ‘바이오’를 거론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를 잇따라 방문해 바이오 및 AI 사업 현황, 육성 전략 상황 등을 점검했다.
미국 보스턴은 전 세계 바이오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2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전세계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바이오 및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설립했다. 이 외에 삼바·셀트리온·JW중외제약 등도 보스턴에 R&D 및 영업 사무소 등을 두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1월 인수했던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기존 사무실을 생명과학 보스턴 법인과 통합하고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화학 보스턴 법인과 하버드 의대와 연계된 항암 연구시설 다나파버 암센터(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바이오·제약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시설 랩센트럴도 방문했다.
다나파버는 글로벌 항암 전문 임상 연구기관으로 해마다 1000여 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5년 동안 미국 FDA 승인 75종의 항암제 중 35종의 항암제가 개발 단계에서 이곳을 거쳤다.
다나파버는 제약사와 병원 간 신약 개발 협력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병원 내 별도의 세포치료제 생산 시설도 갖췄다.
구 회장은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연구중심 병원과 제약사 협력 모델, 항암 연구 동향을 살피고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이 LG화학 보스턴 혁신센터에 방문한 것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을 논의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배터리, OLED 이후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 바이오 사업, 지금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서 미래 거목"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바이오를 제 2의 반도체로 점 찍으면서 사업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계획안’을 통해 450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런 기조를 토대로 이재용 회장은 금년 5월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빅파마社 및 바이오 벤처 대표(CEO)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바이오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부터 바이오 사업에 진심이다. 지난해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을 방문했고, CES에서도 SK바이오팜 부스 현장을 점검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투자전략팀장이 신약 개발 TF 팀에 참여하는 등 SK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투자에 이목이 쏠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의 축으로 바이오를 점 찍은 상태다. 인천 송도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설비 투자에만 3조 이상을 쓸 계획이다.
구 회장까지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양새를 띄면서 재계 6위권 대기업 중 포스코,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는 바이오 투자에 진심이다. 때문에 총수들 간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보스턴에서 “LG는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지금 LG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됐던 도전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G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미래성장동력 분야 역량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