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삼성전자·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의 증거인멸·증거인멸 교사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범행은 동원된 인력과 기간, 인멸된 자료 숫자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증거 인멸 범행"이라며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임직원들이 대규모 범행을 저질러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중한 죄를 범했음에도 반성하는 태도가 부족하고 배경에 있는 거대기업의 힘을 믿고 변명을 일삼고 있다"며 "거듭된 허위 진술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각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훼손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대한민국에 다시 이 같은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자금담당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사업지원TF 보안 담당 박모 부사장과 부품전략 담당 김모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 6개월씩을 구형했다.
그 외 삼성그룹 임직원들과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임직원들, 삼성바이오 보안부서 대리에게는 각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삼성 측 임직원들은 최후 변론에서 대규모로 자료를 지우고 은닉했다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등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처럼 부당한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분식회계를 하거나 이를 감추고자 자료를 삭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증거인멸을 모의했다는) 5월 5일 긴급대책회의는 자료 삭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분재매입을 계속 추진할까 결정하는 회의였다"며 "(지분 재매입을) 계속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돼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 농단 수사를 받으며 수시로 진행되는 압수수색 등 때문에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삼성을 향한 사회의 냉혹한 시선과 증폭되는 오해 때문에 심적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그런 난처한 상황에 처할까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이라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타인의 형사 사건 유무죄 여부는 증거인멸죄에 있어 중요한 양형 요소"라며 "이번 사건에서 타인의 형사 사건인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죄가 되지 않으니, 분식회계 수사의 결과를 보고 이번 (증거인멸) 사건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사장은 최후 변론에서 "제 불찰로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어 정말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혹시나 회사가 어렵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는데 후회가 막심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도 "자료 삭제 지원 요청을 받았을 때 그것이 회사를 위한 일이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한다는 단순한 판단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내 행위가 30년 이상 근무하며 인생 그 자체가 돼버린 회사를 위한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나왔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부사장의 경우, 상을 당해 구속집행정지가 결정됨에 따라 내달 4일 결심 공판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을 12월 9일로 일단 지정하고, 기록 검토 등의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면 기일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 등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일부는 단지 지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가 증거인멸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피스 임직원들은 직원 수십 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합병', '미전실' '부회장', '이재용' 등 검색어를 넣어 문제 소지가 있는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가치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감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회사 공용서버 등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물들을 공장 바닥 아래 등에 숨긴 혐의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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