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전문약, 품질·안전성 주의 필요'
한국소비자원, 전문의약품 30개 유통·실태 조사
2019.08.06 14: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 A씨는 해외직구로 구매한 녹내장치료제 점안액(비마토프로스트)을 속눈썹 증모 목적으로 사용 후, 눈 주위 색소침착과 안구 건조·가려움증을 겼었다.
 
# B씨는 해외 여성단체를 통해 구매한 임신중절약(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용 후 출혈 및 빈혈증상을 겪고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B씨는 불완전유산을 진단받고 수술했다.
 
해외 사이트 및 구매대행을 통해 직구한 전문의약품 대부분이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이들 의약품은 적법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다수여서 품질 및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국소비자원은 6일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 사이트 15곳에서 전문의약품 30개를 주문해 유통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처방전 없이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제품이 품질·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은 총 15종 제품으로, 국내기준으로는 전문의약품이나 개별 판매국 기준으로는 전문의약품 10종·일반의약품 3종·식이보충제 2종 등으로 분류된다. 15종 제품을 2회씩 주문해 총 30개 제품을 조사했다.
 
우선 30개 제품의 용기·포장 표시사항과 첨부분서를 확인한 결과, 10개 제품(33.3%)은 첨부문서가 동봉돼 있지 않았고, 6개 제품(20.0%)은 원 포장과 상이했다. 14개 제품($6.7%)은 식별표시도 없었다.
 
또 대부분의 제품은 판매국·발송국·제조국 등이 상이해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제품들은 용법·용량 등의 정보 확인이 불가능해, 이를 개인이 정하는 과정에서 오·남용하기 쉽다”며 “성분·함량 등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법의약품일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통관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도 만연했다. 조사 대상 30개 중 국제우편물로 배송된 19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다. 하지만 ‘자가 사용 인정기준’ 이내의 의약품을 우편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 사용 인정기준이란 관세법 상 소액·소량(의약품 US 150달러 이하, 총 6병 혹은 용법상 3개월 복용량 등 물품을 자가 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 및 관세가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특송 물품’으로 배송된 8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 일반의약품 4개와 식이보충제 4개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되는데도 별도의 처방전 제출 절차 없이 통관이 가능했다. 특송 물품은 자본금 3억원 이상이고, 세관장에서 특송 업체로 등록된 업체가 배송하는 물품이다.
 
국내 우편물로 배송된 3개 중 2개 제품은 통관 금지성분이 포함된 제품으로 해외 판매자가 국내업자에게 제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달한 후 국내우편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조사대상 30개 중 10개(33.3%) 제품은 통갈이, 허위 처방전 동봉, 통관 금지 성분명 누락, 제품가격 허위기재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관의 확인절차를 회피했다. 통갈이는 멜라토닌·오르리스타트 등 통관금지성분 제품의 용기·포장을 다른 제품으로 바꿔 세관을 통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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