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이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확산될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개원가에서는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 특허만료 의약품의 경우 국내산 제네릭이나 경쟁사 의약품에 대한 대체 처방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에 약계와 의약품 유통업체의 관심 및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일본 의약품 보이콧 여부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곳은 일부 개원가와 보건소다. 대학병원과 달리 경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기에 선택의 폭에 있어 여유가 있다.
중증질환이나 기존에 복용 중인 약 처방을 갑자기 바꾸는 사례는 없지만, 당뇨나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서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이나 경쟁약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이찌산쿄의 고혈압치료제 '세비카'가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특허가 만료된 세비카의 급여 등재 제네릭이 50품목이 넘는 상황이고 노바티스의 '엑스포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등 경쟁약도 쟁쟁하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에선 다케다제약의 '란스톤엘에프디티'가 강세를 보이지만, 불매운동이 확산된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이나 일양약품의 '놀텍' 등이 대체 처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내과 개원의는 "당뇨약이나 고혈압약 중에 일본계 제약사 치료제가 상당히 많다"며 "그러나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이제 막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 일본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 쪽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이나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처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요즘 환자들이 약 처방 시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엊그제 병원에 온 한 감기 환자는 일본 제약사 항생제를 처방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다. 의사로서 의약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옵션이 여러 개 있고 환자가 적극 요구하다면 적절한 수준에서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들에 비해 약사들은 적극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특히 시도약사회는 일본산 의약품 불매운동 참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전북약사회는 "일본 아베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인권과 조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아베정부의 경제보복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우리는 모든 일본 제품과 일본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약사회는 "한-일 양국은 매년 1000만 명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까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는 편협하고 몰상식한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양국 국민에게 강요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이익 놀음에 활용하고 있다"며 "아베 정부가 계속해서 반인도적인 범죄인 강제동원에 대한 경제보복조치를 강행한다면 전라북도 약사회원들은 그 실상과 내용을 국제사회와 연대해 알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NS를 통해 일본 의약품을 약국 진열대에서 뺀 인증 사진을 올리는 약사들도 있다. 또한 일부 약사들은 일본 제품 리스트와 대체 품목을 공유하면서 도매상에 관련 제품을 반품하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일본 제품 정보와 대체 상품을 알려주는 사이트 '노노재팬'에는 다케다제약의 '화이투벤' 대체 품목으로 '파워콜', '씨콜드', '오메콜', '타이레놀' 등이 소개됐고, 같은 제약사의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과 비타민제 '액티넘' 역시 국내사의 대체 품목이 열거됐다.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도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 참여 여부에 대해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의약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고, 독점 공급 및 저마진 유통 관행이 지속될 경우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약사들 가운데 일부가 도매상에 일본제약사 의약품을 반품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상위 제약사 가운데 일본 약 도입 품목이 없는 경우를 찾기 힘든데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도매쪽과 약계, 의계 쪽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