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인보사 사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검찰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렸기에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 원장[사진]은 23일 식약처전문지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취임 후 역할과 추진할 과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인보사로 말문을 연 까닭은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 심사를 맡았던 기관이 안전평가원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의 전결 처리된 사안으로, 시민단체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동희 원장은 "인보사 사태의 중심에 평가원이 있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시 심사를 맡았던 부장은 임기가 끝나 대학에서 근무 중이며, 과장 2명은 관련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여러 가지 의혹들이 밝혀지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면서 "담당직원을 문책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시켜 나가야 할지 직원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심사체계 개편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원장은 임기 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심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특별심사팀'을 꾸릴 계획이다.
이동희 원장은 "각 과별 업무가 있지만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특별심사팀을 꾸려서 1~2명이 아닌 다양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심사팀을 구성할 것이다. 특별심사팀 내에는 전문심사자 그룹을 따로 둬 신약이나 첨단의약품 허가 신청 시 어느 한 과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인력 확보 시급하고 차선책으로 의료기관과 계약 체결 방안 등 검토"
이어 그는 "그러기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가 급선무인데,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평가원 내 연구직이 10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절반은 공무원이고 나머지 반은 공무직을 수행한다. 이들이 연구와 심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보다 많은 외부 전문인력 확충에 나서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평가원이 오송에 위치하고, 제약사나 의료기관에 비해 보상이나 처우가 좋지 못한 탓에 의사와 같은 전문 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외부 전문가 확보를 위해 안전평가원은 특정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은 물론 허가, 심사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싶지만, 지리적인 문제나 처우나 보상, 그리고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부분을 담보해 줄 수 없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복안 중 하나로 건보공단 일산병원 등과 MOU를 체결해 의약품, 의료기기 허가·심사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평가원의 규제가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임기 내 규정 체계를 세심하게 정비하고, 산업계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말했지만 전문성 강화가 평가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규제가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정비하려고 한다"며 "의약품 및 의료기기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어 10년 전의 규제를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규제가 되려면 주기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 등 산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규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