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 새로운 유형의 M&A 한 건이 성사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넥신과 툴젠이다. 외형 확대나 사업다각화를 위한 M&A가 아닌 연구개발 강화를 목적으로 시도된 결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제넥신이 유전자 교정기술을 보유한 기업 '툴젠'과 합병한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제넥신이며, 소멸회사는 툴젠이다.
두 회사 합병비율은 제넥신:툴젠=1:1.2로 합병가액은 제넥신이 주당 6만5472원이며,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1조3456억원과 5146억원에 해당한다.
주주총회 예정일은 7월 30일이며 합병기일은 8월 31일, 신주 상장예정일은 9월 30일이다. 존속법인 상호는 주식회사 툴제넥신(ToolGenexine, Inc.)이 될 예정이다.
두 회사 합병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보기 드문 혁신적인 기술도입을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 회사 합병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섹터 역사상 거의 최초로 외부로부터 혁신적인 기술도입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여러 차례 제약·바이오기업 간 M&A가 이뤄졌다. 대부분 외형확대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현 녹십자셀은 녹십자가 지난 2012년 바이오기업 ‘이노셀’을 150억원에 사들인 것이며, 같은 해 한독 역시 제넥신을 33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오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역으로 제약사인 ‘화일약품’을 2013년 8월 468억원에 인수해 외형 확장에 나섰고, 유한양행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2014년 영양수액업체 ‘엠지’를 사들였다.
2015년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를 1046억원에 인수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작년에는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 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제약업계 ‘초대형 빅딜’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간 R&D 역량을 결합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는 거의 없었다.
국내 제약업계와 달리 글로벌 제약사들은 끊임없는 기술도입과 인수합병을 통해 혁신성 향상과 함께 지속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다. 화이자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품목 중 하나인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는 2000년 Warner-Lambert사를 인수하며 도입한 것이다.
화이자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 13'도 2009년 와이어스(Wyeth)를 인수하면서 도입됐다.
화이자는 최근에도 Array Biopharma사를 114억 달러에 인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과 툴젠 결합은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기술혁신을 위한 M&A 사례로 주목된다.
제넥신의 경우 HCV DNA 백신 개발 실패 이후 혁신적인 유전자치료제 및 DNA 백신 파이프라인 개발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유전자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신규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툴젠은 제넥신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M&A가 성사됐다.
향후 툴제넥신은 면역치료제, 유전자백신 기술에 선도적인 유전자 교정 원천기술을 융합해 면역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 이후 매력적인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에 대한 대형 제약사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신약 개발을 위한 R&D가 중요해지면서 좋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회사도 앞으로 혁신적인 R&D 역량을 가졌다면 지분 투자나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