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장기간 '조건부 허가' 꼬리표를 달아 논란이 됐던 GC녹십자의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가 일부 품목 회수 및 폐기 명령을 받으며 또 다시 악재(惡材)를 만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GC녹십자의 일부 한타박스에 대해 오는 2022년 5월까지 회수 및 폐기 조치를 내렸다.
이번 명령은 한타박스에 들어 있는 보존제인 치메로살이 함량 미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8월 26일 제조된 한타박스는 치메로살 함량시험 및 불용성이물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해 10월 31일 제조된 제품 역시 치메로살 함량이 문제가 돼 예방적 차원에서 회수 대상에 포함됐다.
유기수은화합물인 치메로살은 백신에 들어가는 보존제이다. 백신 내 생길 수 있는 미생물이나 곰팡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소량 사용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생산한 일부 한타박스에서 보존제인 치메로살이 함량 미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한타박스 안전성과 유효성과 관련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타박스는 30년 가까이 효과 입증을 못해 허가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백신으로서 효과를 인정 받아 '조건부' 꼬리표를 뗐다.
한타박스의 허가 이슈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약처는 장기면역원성(백신 접종 후 장기간 항체를 보유하는지 검증 시험)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한타박스를 허가했다.
국내 최초 조건부 허가를 받은 한타박스는 3상 임상에서 장기면역효과를 입증하는데 번번히 실패했다. 3상 임상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허가조건 미이행으로 허가취소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시민단체들이 한타박스를 '조건부 허가' 제도를 악용한 사례로 꼽았으며, 한타박스를 접종하고도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되는 환자까지 보고되면서 효과 논란은 더 가열됐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한타박스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공식 제기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GC녹십자에 한타박스의 용법 및 용량을 변경한 임상시험 실시를 요구했다.
식약처 권고에 따라 GC녹십자는 2015년부터 접종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리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효능을 입증한 임상 결과를 제출하게 됐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한타박스는 기초접종 1개월 후 항체가 생성되는 비율인 `항체양전율`이 80.97%에 달해 기준인 55%를 초과했다.
중앙약심위는 이 결과를 근거로 삼아 장기면역원성 허가조건을 삭제하고 한타박스를 `위해성 관리계획(RMP)` 대상으로 삼아 60개월 효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효과 논란'이란 숙제를 가까스로 풀고 한숨 돌린 GC녹십자는 이번엔 보존제 함량 미달로 인한 일부 품목 회수 및 폐기 명령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또 한 번 곤혹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