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에 중점을 두면서도 위탁제조 및 생산(CMO) 분야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단장은 17일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주관으로 열린 '바이오경제 시대, 글로벌 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 전략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명화 단장은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미국, 일본, EU,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valuatePharma(2018)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2017년 25%에서 2024년 31%로 지속 증가할 전망이며, 글로벌 매출 상위 100대 제품 중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2010년 32%에서 2024년 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 예정, 시장 선점 경쟁 치열"
그러나 기존 화학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경우 아직 절대 강자가 없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다수 예정돼 있어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팁'과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은 올해 7월, 릴리 골다공증치료제 '포스테오'와 머크 난임치료제 '고날-에프'는 오는 8월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이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기 시장이다보니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방향은 크게 신약 연구개발과 CMO 분야로 나뉜다.
'고위험-고수익'이란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협력이 활발하다. 이들은 기술수출 등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기업들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R&D 투자 지원 및 관련 인허가 제도 정비, 불필요한 규제 완화 등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화 단장은 "국내 업체들의 바이오의약품 다국적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가 2016년 89건에서 2017년 120건으로 34.83% 많아졌다"며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 기업은 30여 곳으로 이중 대웅제약, 메지온, 신라젠, 에이치엘비, 지트리비엔트, 한미약품 등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적시에 제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인·허가 제도의 신속한 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이 발의된 상황이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법·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CMO 비즈니스도 사업성을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블록버스터 제품 위탁생산 추세"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과거에는 위탁생산 산업을 저마진의 노동집약적인 개발도상국 비즈니스로 인식해왔지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선 위상이 높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약은 자체 생산하고 있으나 기존 블록버스터 품목은 위탁생산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위탁생산 비율이 현재 15%에서 50%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 같은 비즈니스 트렌드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공급기지로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는 바이오 생산기반 시설이 밀집해 있는 대규모 단지로 성장하고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DM바이오 등 관련 업체와 함께 신약개발벤처, 임상업체(CRO)까지 이곳에 밀집돼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과학기반 발전 전략은 긴 호흡으로 밀고 나가되, 민간 주도로 경쟁적 우위를 구축한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 분야 강점을 살려 가치사슬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해가는 생산기반 측면 전략(nudge strategy)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공급자적 측면과 함께 수요자적 측면에서의 균형 있는 산업 성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용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과장은 "바이오헬스산업 주체는 기업이고 정부는 혁신 동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R&D 투자, 산업 규제 완화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바이오산업을 육성하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인보사 사태처럼 혁신 추동력이 떨어지는 사건들이 발생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미국 정부가 바이오헬스 육성에 나선 것은 산업적 측면과 함께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도 있다"며 "따라서 바이오산업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수요자와 공급자 측면에서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