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벨바라페닙’이 현재 승인 받은 표적항암제가 없는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 고형암에서 항암효과 및 허용 가능한 안전성을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연구결과가 최근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2019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BRAF, KRAS, N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전이성 고형암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한 임상 1상 결과’를 주제한 구연 발표에서 공개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발표는 연구를 주도한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진행했다. 임상 연구는 RAFI-101, RAFI-102로 명명된 2건으로 진행됐다.
이번 임상은 국내 7개 병원에서 BRAF, KRAS, NRAS 변이를 지닌 고형암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최대 내약 용량에서의 안전성 및 항암효과가 확인됐다.
먼저, RAFI-101에서 전체 환자의 11% 및 NRAS 변이 환자군의 44%에서 부분 관해(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암의 진행 정도가 줄어드는 현상)를 보였다.
RAFI-102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의 12%에서 부분 관해가 관찰됐다. 두 연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약물 관련 이상반응은 여드름성 피부염(37%), 발진∙소양감(23%) 등으로 나타났다.
김태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벨바라페닙의 우수한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인했다”며 ”BRAF, KRAS, N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전이성 고형암 환자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 열린 미국암학회(AACR)에서도 BRAF, KRAS, NRAS 유전자 돌연변이 고형암에서의 벨바라페닙의 효능을 확인한 전임상 결과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벨바라페닙은 BRAF-V600E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주에서만 반응을 보인 젤보라프와 달리, BRAF-V600E, KRAS 및 NRAS 유전자 돌연변이 종양 세포주 모두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현재 한미약품은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상품명 cotellic, MEK 저해제) 병용 임상을 비롯, 추가적인 벨바라페닙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한미약품은 언멧 니즈가 높은 여러 암치료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R&D 투자 및 혁신을 바탕으로 신규 항암신약의 조속한 상용화 및 환자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벨바라페닙은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 중 하나인 RAF 및 RAS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RAF와 RAS는 각각 3개의 아형(ARAF, BRAF, CRAF/ HRAS, KRAS, NRAS)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에서 변이가 일어나면 암이 발생한다. 특히 BRAF 및 KRAS, NRAS 돌연변이는 다양한 암 유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BRAF 돌연변이 암에 반응하는 치료제(성분명 베무라페닙, 상품명 zelboraf)는 출시돼 있지만, KRAS나 NRAS 돌연변이에 의한 암까지 타깃하는 치료제는 없다.
벨바라페닙은 로슈그룹 자회사인 제넨텍에 2016년 라이선스 아웃된 임상 단계 항암신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