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임상시험 규제를 대거 완화한 덕분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인 만큼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식품의약품감독총국(CFDA)은 지난 2016년에 이어 지난해 10월 임상시험 제도와 판매허가 심사 기준을 대폭 낮춰 다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 허가를 승인 받았다.
지금까지 CFDA는 외국에서 공인된 임상시험 자료가 있어도 현지 판매허가를 위해서는 중국 내 임상을 다시 실시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데이터에 중국인이 일정 수 이상 포함된 경우 임상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중국에서 임상에 걸리는 시간이 1~2년 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 셈이다.
앞서 CFDA는 지난 2016년에 신약 판매허가 심사기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두 제도를 동시에 적용하면 중국에서 신약 개발 착수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3년 정도 단축될 수 있다.
세계 2위 제약시장인 중국에서의 신약 출시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판매승인을 지난해 3월 취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스트라제네카는 암·순환기질환 약물의 현지 개발을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에 합작회사까지 설립했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길리어드도 신약 출시 허가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GSK는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33억 달러(약 3조5600억원) 이상 판매 실적을 거둔 에이즈 바이러스(HIV) 치료제를 중국에 출시했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공동 개발한 폐암 치료제 옵디보의 판매승인을 신청했다. 옵디보는 중국시장에서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간암치료제 렌비마의 판매 승인을 신청했고, 아스테라스제약은 전립선암 치료제 익스탄시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IQVIA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의약품시장은 1167억 달러(약 126조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2021년에는 최대 1700억 달러(약 182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중국 의약품 시장은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제네릭 보단 개량 신약이나 자체 개발 신약을 수출하는 것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 이유는 중국 의약품 시장이 국내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허만료 성분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 중심으로, 신약은 20~30%에 불과하다. 고령화와 소득증가로 고가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KHIDI 해외제약전문가 펑타오 상임컨설턴트는 " 한국 제약사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필요하다"며 "10년 전에 이미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영업팀을 꾸리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미약품이 좋은 사례"라고 지목했다.
업계 관계자도 "정치적 위험요인이 높고, 규제가 워낙 심해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제약사들도 진출 방안을 고려해 볼 때"라며 "점차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