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급여확대 '티쏀트릭 vs 키트루다·옵디보'
정부-글로벌 3사, 약가 조율 막바지···엇갈린 선택 배경 관심 집중
2019.04.09 05:42 댓글쓰기

지난해 시작된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로슈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의 급여확대 방안이 이달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정부와 제약사 간 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함께 급여 확대를 조율 중이던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오노·BMS 옵디보(니볼루맙)는 아직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티쎈트릭만 급여 확대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 이번에도 진전된 소식을 전하지 못한 키트루다와 옵디브를 향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티쎈트릭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제시한 안(案)이 ‘받아들일 만 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을 선점한 키트루다와 옵디보 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PD-L1 발현율 대신 반응률로 급여화, 획기적 변화 예고


논란은 면역항암제의 급여 기준으로 내세웠던 PD-L1 발현율에서 출발한다. 그간 의료계와 제약계에서는 바이오마커로서 PD-L1 발현율의 불완전함을 지적하며 보다 합리적인 급여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신속한 급여 진입을 바라는 환자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PD-L1 외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던 현실 탓에 첫 급여 기준은 PD-L1 발현율이 됐다.


이후 면역항암제의 적응증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키트루다를 제외한 나머지 면역항암제 보유사들은 줄기차게 PD-L1 발현율의 무의미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키트루다 역시 일부 적응증에서는 PD-L1 발현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첫 급여 진입 당시와 달리 2년의 투약기간으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돼 복지부도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해 PD-L1 발현율을 대신해 실제 반응률에 따라 급여를 적용하기로 제안, 업계와 조율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허가 사항에 PD-L1 발현율에 대한 조건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증에 따라 처방하되, 반응이 있을 경우에만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반응이 없으면 해당 약제비를 사측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응률 15~20%에 불과한 치료제에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나름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반응률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와 분담하자는 취지다.


의료계에서도 그간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이 너무 낮고, 해당 환자를 선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제약사와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쳐왔다.


특히 면역항암제의 반응은 초기 2~3사이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제약사에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PD-L1 무의미” 티쎈트릭 급여 확대 급물살…반응률 내세우던 옵디보 선회


일단 로슈(티쎈트릭)는 정부 안(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는 그동안 티쎈트릭의 허가사항이 PD-L1 발현율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PD-L1 발현율이 낮은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일부에선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시장을 선점해 티쎈트릭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간 자신들이 밝혀왔던 신념을 지킨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티쎈트릭이 급여 확대 프로세스에 돌입한 가운데 나머지 두 제품에 대해서는 진전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폐암과 관련한 급여 협상 당시 PD-L1 발현율 대신 반응률로 평가할 것을 제안한 오노 측이 복지부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거나, 복지부의 안 중 세부사항에서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조율 중인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확인이 어렵지만, 오노는 “과거에 제안했던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급여확대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에는 제약사의 책임도 존재하는 만큼 ‘약간의 차이’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감내해야 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PD-L1에 자부심 갖던 키트루다 난항 “반응률 받아들이고 세부사항 조율”


MSD는 가장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까지 면역항암제 시장 중 규모가 가장 큰 폐암 분야에서 키트루다만 PD-L1 발현율을 기준으로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들이 급여 기준 개정을 통해 급여로 접근 가능한 대상군이 넓어지는 반면, 키트루다는 대상군은 유지되는 상태에서 반응이 없는 환자에 대한 책임만 늘어나게 됐다.


키트루다 역시 일부 다른 적응증에서는 PD-L1 발현율의 무의미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폐암에 있어서 만큼은 PD-L1 발현율이 키트루다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반응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을 찾아냈고, PD-L1 발현율에 따라 치료 전략을 달리하며 가장 먼저 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 진입, 이를 발판으로 옵디보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지난해 복지부가 제약사들에게 급여 확대안을 제시했을 당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하소연한 이유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키트루다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지고 있어 MSD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비슷한 선상에 놓인 경쟁약물이 면역항암제의 저조한 반응률에 대한 위험분담이라는 측면에서 대승적인 판단을 했다면, 키트루다에만 특혜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폐암 1차 치료 급여 확대를 바라는 환자들이 복지부 앞 항의 집회를 예고하면서, 정부만 탓할 사안인가에 대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제약사의 책임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MSD는 이 같은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들 역시 반응률을 기준으로 한 급여기준 개정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MSD 관계자는 “우리 역시 반응률이라는 조건은 받아들였다”며 “다만 적응증이 적은 경쟁약물과 달리 키트루다는 보유하고 있는 적응증이 많다보니 세부적으로 조율할 사항들도 많아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달 안에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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