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금연치료제 '챔픽스'의 개량신약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염 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텔라스가 국내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코아팜바이오는 지난 2015년 7월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의 염 변경 약 '에이케어'를 개발하고,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코아팜바이오의 '에이케어'는 베시케어와 다르다"며 "존속기간 연장과 상관 없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특허 회피에 성공한 코아팜바이오는 2016년 12월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아스텔라스는 코아팜바이오가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3심에서 최종적으로 원심을 모두 뒤짚는 승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침해 제품이 염 등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같다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침해제품에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코아팜바이오 제품이 아스텔라스 특허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엔 특허권 권리 범위에 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활동 전면 중단 등 금연지원사업 참여 보류 논의"
대법원 판결로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조기 진출을 위해 활용했던 특허회피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염 변경으로 개량신약을 출시해 금연치료제 시장 확보에 나설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의 염 변경 개량신약 30여 종을 출시한 상태다. 이 품목들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금연치료지원사업에도 포함돼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염 변경 약물은 오리지널 약물과 효과가 같다면 특허회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금연치료제 관련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이 정지됐고, 제품 판매 중단 여부도 검토 중이다.
챔픽스 개량신약을 보유한 제약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 이후 마케팅을 전면 중단한 상태이며, 제품 판매를 지속할지 여부도 임원진이 논의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정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판매 중단은 물론 건보공단 등재 삭제 신청도 협의 중"이라며 "열심히 준비해왔던 복지부의 금연 지원 사업에서도 빠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혼란스러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남아 있는 염변경 특허회피 사례는 챔픽스 외에도 베링거인겔하임의 경구용항응고제 '프라닥사', 화이자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젤잔즈'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챔픽스 외에도 다른 질환에 쓰이는 염 변경 개량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회적 효용성이나 제약산업 발전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