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놓고 바이오업체 vs 복지부 '팽팽'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 규제 완화 추이 촉각
2019.03.02 06:0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바이오업계와 보건복지부가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놓고 당분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바이오업계는 실질적인 질병예방 항목 추가를 위한 규제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복지부는 인증제 도입을 통한 검사기관의 질(質) 관리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시범사업에 대해 정부와 업계 간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유전체기업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2015년 설립한 유전체기업협의회는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메디젠휴먼케어 등 국내 주요 유전체기업 19곳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시범사업에 공고된 57개 항목으로는 국민의 건강관리 및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전체기업협의회는 “질병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제외되는 등 업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57개 항목이라도 기존 12개 항목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결과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거부 배경을 소개했다.

이러한 양측 간 논란은 2016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복지부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업체가 직접 의뢰할 수 있도록 DTC 유전자검사서비스를 허용했다. 검사서비스 허용 항목은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등 총 12개였다.

그러나 이들 항목 대부분이 암, 심뇌혈관질환을 비롯한 중증질환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현재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체 A사 대표는 “지금까지 허용된 항목 중 국민적 관심이 높은 질환을 예방 또는 진단할 수 있는 항목은 단 1개도 없다”며 “업계 종사자들조차 ‘굳이 민간 유전자 업체에 검사를 받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라는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어왔다”고 귀띔했다.

그는 “2년 전 복지부는 규제개선협의회를 통해 DTC 유전자검사서비스가 부작용, 오남용, 허위광고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항목을 늘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계속 바뀌면서 결국 ‘시범사업’이라는 원점으로 되돌아온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업계 반응에 대해 복지부는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지난 1월 국회에 제출된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인증제를 운영해 검사기관의 질 관리에 더 신경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업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유전자검사서비스 허용 항목 확대의 경우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검사서비스 평가 및 시범인증 절차를 거친 후 구체적 방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사업을 전면 거부한 업계와 원론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복지부 양측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갈 방침”이라며 “시범사업 기간 동안 각계 의견들이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시범사업에 대해 판단이 업계 내에서도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월22일 복지부 주최로 열린 시범사업 설명회에는 총 43개 기관, 약 8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유전체기업협의회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전체기업이 약 40곳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에서 시범사업 내용을 듣거나, 홍보 목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설명회 자료에 규제 개선 여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발표 도중에 나간 업체 관계자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가 유전자검사서비스 항목 확대를 원점에서부터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지 않는 이상 시범사업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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