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이의경 처장[사진]이 취임 3일 만에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특히 업무보고 도중 모친상 비보를 접해, 의원들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식약처 처장은 차관급이기 때문에 별도 청문회가 필요없지만, 업무보고는 마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복지위 의원들은 이 처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외이사 논란 뿐만 아니라 취임 전(前) 있었던 인공혈관 사태, 물뽕 등 불법 마약류 등 대책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이 처장은 JW중외제약·유유제약 등에서 사외이사 경력 뿐만 아니라 인공혈관 사태, 불법 마약류 대책 등에 대해서도 여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JW중외제약은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거나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며 “총 55건의 연구용역을 수주했고, 총액은 65억원이었다. 이중 제약회사 용역수가 43건, 액수로는 35억원 등 매출 20위 안에 드는 상위 제약사들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이 교수시절 내놓은 보고서가 ‘우리나라 약가가 낮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이 처장이 교수시절에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연구용역 의뢰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약가가 외국의 45%’다라고 한 것이 기정사실화 돼 돌아다니는 상황”이라며 “해당 논문을 다국적제약사들이 인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국적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한 꼴이 됐는데, 식약처장으로 적절한 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협회에 유리한 연구결과를 냈다면 처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이권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다”며 “과거와 무관하게 공정·중립성을 염두에 두고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공혈관 사태에 대한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또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로 제기된 일명 물뽕(GHB·감마 하이드록시 부티레이트)과 관련한 제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해 7월 리피오돌 사태 발생 시, 독점적 제약회사의 의료기기 공급중단을 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런데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인공혈관 사태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뿐만 아니라 2009년 노바티스 글리벡, 2012년 올림푸스 내시경칼 등 논란은 계속됐다. 식약처는 뭐하는 기관인가”라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중요한 기관 세 군데가 미국까지 가서 굴욕적인 협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그동안 성범죄에 악용됐던 약물들과 악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을 식약처 전문성을 토대로 ‘데이트 강간 약물’로 지정하고 특별 관리해야 한다”며 “GHB와 같은 약물들은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식약처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의료용 마약류 오출’보다는 ‘유통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업무보고가 진행되던 오후 5시 40분께 모친상으로 급히 자리를 떴다.
문재인 대통령 딸 건보료, 5·18 망언 두고 입씨름도
이날 열린 업무보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의 건강보험급여 사용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이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문다혜 씨는 국민세금으로 보호 받는 공인”이라며 “건보공단에서 헌법 제17조에 등에 따라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국민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회가 자료제출을 요구한다고 해도 개인정보는 보호해야 한다”며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개인 사생활 침해 금지를 이유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6월 공청회에서 김순례 의원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표현했다”며 “복지위에 김 의원이 있으니 최소한의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