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이 생산 또는 수입이 어려워 국내 공급이 불가한 의약품 목록을 작성해 정부부처와 제약사들에 공급요청 공문을 발송한 사안과 관련,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는 다양한 질환 군에 속한 환자들의 진료를 맡고 있는 대형병원일 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문제 가중돼 수요 적은 의약품 생산 중단”지난 9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서울대병원 약제부의 이혜숙 부장(병원약사회 회장)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제약사들의 의약품 공급중단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이윤과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가 커 환자수요가 적은 의약품의 경우 공급을 중단할 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혜숙 부장은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도 의약품 공급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어느 선에서 처리가 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제약사로부터 답문이 오고 있으나 대부분 원료수입이 어렵거나 수요량 예측이 힘들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들은 그 약을 구해달라고 하지만 대체약품이 없을 때 우리로서는 난감할 뿐”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부 주도 '관련 심의기구' 설치 필요”이러한 상황은 삼성서울병원 약제부도 마찬가지. 서울대병원의 이번 행보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의 약제부 이영미 부장은 14일 데일리메디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전부터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를 해온 회사들이 있었다”며 “우리로서는 대체의약품이 없어 포기한 의약품도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서울병원에도 제약사로부터 공급 중단은 됐지만 필요한 의약품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퇴장방지약 요청 등을 여러 번 제기했지만 결국은 밋밋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부장은 “생산자인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의약품을 판매용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임은 이해하지만 최종 수요자인 병원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약품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미 부장은 “전 국민이 내는 보험비용에서 소수의 환자가 사용할 약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 돈을 내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민감한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다”며 “제약사와 정부, 병원, 환자가 풀리지 않는 미묘한 관계 속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영미 부장은 또 다른 문제점도 제기했다. 그는 “공급 중단된 의약품들이 모든 병원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약들은 아니”라며 “사실 병원마다 진료 특성상 필요한 약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정보를 모으는 것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그는 “사실 제약회사가 자체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영리기업은 아닌 만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회사 측의 일방적 통보에 그저 묵묵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심의기구를 만들어 이러한 약품들에 대한 심의를 거쳐 중단해서는 안 되는 약품에 한해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 동안 의약품 공급요청에 대해 처리해주는 곳이 없고 건의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라도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공급중단 의약품→퇴장방지의약품, 약가 상향 등 이득 줘야”서울아산병원 약제팀의 송영천 팀장도 공급중단 의약품에 대한 심각성에 동의했다.
송영천 팀장은 “그러한 의약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굉장히 싸기 때문에 제약사들로서는 납품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퇴장방지의약품으로의 전환과 함께 일정 약가 상향등의 이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힘들면 원내제제를 생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만약 원내제제를 생산할 수 없는 병원에 이러한 약을 판매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상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원내제제를 생산할 수 없는 병원에 있어 공급 중단된 의약품은 그저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원내제제는 상대적으로 제약회사에 비해 관리하기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의 이영미 부장은 “메틸렌블루 같은 공급중단 약품은 원내제제로 생산했지만 사실 제약사 만큼의 관리를 못하는 실정이고 그런 면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다룰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원료자체를 구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어 공급중단에 대한 완전한 대체 법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아주대 병원 약제팀의 이영희 팀장도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생산 중단 통보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희 팀장은 “대부분 생산 중단되는 약들은 원가가 보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약 대신 다른 약이 있어 사용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올라 환자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