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의약품 가격을 놓고 글로벌제약사 한국법인에서 근무중인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고민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의약품 가격이 해외의 직접 비교 대상이 되면서 본사가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국적사 약가 인상에 대해 쓴소리를 한 복지부장관의 발언도 그 여파가 큰 상황이다.
8일 제약계에 따르면 국내서 공급되고 있는 신약 가격을 약가 협상‧결정시 비교 자료로 사용하거나 직접 반영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실제 캐나다는 올해부터 신약 약가 결정에서 외국 가격을 포함하는 국가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을 포함시켰다.
반면 기존 약가 참조 국가 중에선 미국과 스위스를 배제했다. 캐나다 외에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예의주시해온 국가들 역시 약가를 참조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약가 협상 및 대관담당 임직원의 부담도 커졌다. 한국의 협상 과정 및 결과에 대한 글로벌본사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 참석한 박능후 장관의 “국민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가격 협상 요구하는 다국적 기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 역시 위기감을 키웠다.
이는 국정감사에 참석한 KRPIA(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아비 벤쇼산 회장(한국MSD 대표)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약가비교 보고서 논란, 세금탈루 의혹 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다시 박 장관은 11월 말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제11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서도 박 장관은 일부 의약품 독점권을 이용한 일부 제약사의 과도한 가격인상 요구 사례를 지적, 적정약가에 대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만간 KRPIA가 위탁한 5년만의 약가비교 연구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커졌다. 글로벌제약사를 둘러싼 국내 환경이 녹록치 않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법인 사장 및 임원 파견을 기피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까지 영전(榮轉)을 위한 수순으로 여겨질 만큼 한국 지사장 출신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국행(行)이 가시방석이 됐다는 것이다.
외국계 한 제약사 대관(GA)담당 임원은 “국내서 협상된 약가가 노출돼 다른 국가에서 직접 비교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협상 및 업무에 있어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제약사 직원은 “처음엔 국격이 올라가면서 생기게 된 당연한 수순 정도로 여겨졌지만 그 부담이 생각보다 커졌다. 적정 약가를 인정받기 위해선 합리적인 논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