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약 선도후보물질을 유한양행에 이전한 ‘제네스코’는 제약계에서 가장 ‘핫(Hot)’한 기업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이 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후 글로벌에 기술수출하게 된다.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네스코’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연구소 형태 기업이다. 한미약품처럼 대형 제약사는 아니지만 능력을 인정받았다.
간암의 주요 발병 원인인 ‘FGFR4 키나제’ 단백질 표적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선도후보물질을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다.
제네스코는 1차 초기 기술료로 5억원을 받는데다 임상 진입시 5억원을 받는다. 자체 상업화 및 글로벌 기술이전시 유한양행과 모든 수익의 지분을 나누게 된다. 유리한 계약은 기술력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고종성 제네스코 대표[사진]는 “간암치료제는 좋은 표적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제약사의 후보물질들 대부분이 FGFR1,2,3에 대해 선택성이 부족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FGFR4 선택적인 약물 개발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제네스코의 모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고종성 대표가 신약개발 벤처회사를 세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다. 당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안에 제네스코를 설립했다.
그는 대학에서 교수직을 권하는 주위의 만류에도 신약개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자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강원도 동향으로 같이 기숙사 생활을 했던 오스코텍 김정근 대표이사의 오랜 제안은 신약 개발 과학자로서의 사명을 다시 일깨워줬다.
지난 1981년부터 2007년까지 30여년 LG에서 젊음을 바친 고 대표가 누구나 힘들어하던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역발상’ 덕분이다. 실업률이 높아 우수한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연구소 운영 및 관리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고종성 대표의 생각은 통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외부 도움을 받아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창업 환경도 도움이 됐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핵심이다. 연면적 197만㎡ 안에는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바이오랩, 병원 등이 입주했다. 지난해 기준 이곳에서 나온 특허 건수는 5002건에 달한다.
"벤처 혁신기술 발굴후 대규모 자금 투입 글로벌 임상3상 수출 시스템 필요"
고 대표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스턴과 같은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서울 홍릉에도 이를 표방한 클러스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고 대표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미국처럼 국내 제약사가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하고, 이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글로벌 3상은 글로벌 제약사에 맡기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과 국내 제약사가 경험을 쌓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정치적 계산 등을 배제하고 학교, 벤처기업, 제약사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아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을 비롯한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국가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같은 넓은 무대에서 신약개발 노하우를 쌓기를 조언한다. 혁신의 현장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또 국가기관 및 기업들에 대해 "기다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 대표가 LG에서 국내 최초 DPP4 계열 당뇨병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약들의 실패를 경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고종성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파괴력 있는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되는 곳”이라며 “조선, 반도체에서 보여준 노력들이 집중된다면 신약강국의 꿈도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