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윤리 경영이 조금씩 안착되는 모습이다. CP 규정 위반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일동제약, 현대약품 등 제약사들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내부 자정노력을 이어감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CP는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 제정 및 운영하는 준법 시스템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매년 CP도입 1년 이상된 기업 중 평가 신청을 요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 후 등급을 산정한다.
제약사들은 CP 담당자를 두고 다양한 직원 교육과 함께 전체 부서 혹은 지역별 모니터링을 실시해 규정 준수 우수자에게는 시상을, 위반자에게는 징계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CP규정 위반자에 대한 처발 강도가 높지 않은 편으로 조사됐다. 이는 CP규정이 자리잡아 내부 감시 및 감독이 강화돼 점차 위반사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미약품의 CP 운영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출보고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CP운영 현장 점검 등으로 총 6회 452처를 모니터링해 6건의 인사 제재를 단행했다. 2명은 감봉 조치를, 4명은 견책했다.
작년 하반기의 경우 CP운영 현장 점검을 위해 5회에 걸쳐 401처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규정위반자 10명을 견책하는 인사 조치를 취했다. 물론, 규정 준수 우수팀과 개인에는 시상을 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의 상반기 운영실적을 보면 CP교육 및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모니터링을 통해 CP위반자 36명에게 서면경고를 했다.
작년 하반기 CP위반자 수는 총 8명으로, 대부분 견책 및 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위반자 수는 적었지만 처벌 강도가 높다는 점을 미뤄보면 윤리경영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CP 감사 진행 결과 11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으나 올해는 인사조치 사례가 없었다.
이 같은 변화는 시대 흐름이기도 하다. 경제적 이익지출보고서 시행과 김영란법, 리베이트쌍벌제 등 불법 의약품 유통 관행을 막기 위한 외부적 압박이 지속돼 왔다.
A제약사 관계자는 "잊을 만하면 리베이트 사건이 터져 CP 무용론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CP가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막무가내식 영업활동이 어려운건 사실"이라며 "물론 영업사원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과 합법 사이 줄을 타며 영업을 하겠지만,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CP팀에서 꼼꼼히 검토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리베이트 발각 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제약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윤리경영이 중요하다"면서 "물론 여전히 CP팀과 영업마케팅팀 등이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있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