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도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비롯해 유한양행, 종근당, 대웅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이 이 제도를 도입,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제약업계가 인재 채용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학력·출신 지역·가족 관계·성별 등을 가리고 실력 위주로 뽑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편견없는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이란 사회적 흐름에 맞춰 가기 위한 것이며, 채용의 투명성을 강화해 인사 청탁과 같은 부적절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작년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했다. 업계 최초로 도입된 채용 방식은 지주사 내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등 계열사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연구·개발 등 전문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 단계적으로 도입해왔으며, 이 과정을 거쳐 뽑힌 지원자들은 인턴으로 약 4개월간 근무하고 난 뒤 직무능력·근무성적 등을 평가받아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됐다.
새 채용 방식이 적용되면서 50년 이상 사용해 온 입사지원서 양식이 대대적으로 수정됐다. 지원자의 이름과 연락처, 자격 및 경력, 직무 관련 교육 이수사항, 지원 분야 역량, 가치관 등의 내용만 적어 표기하도록 했다.
면접 전형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직무 관련 역량평가를 통해 점수를 주고, 그 결과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지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과거 면접에선 전공이나 대학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블라인드 방식이 도입되면서 지원한 분야에 관한 배경지식, 적성 등을 묻는 내용으로 바뀌었다"며 "이 같은 변화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져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제약사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도 공정채용 문화 확산에 합류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부터 서류 전형을 담당하는 외부업체를 선정해, 채용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강화해왔다.
외부업체에서 지원자들의 서류를 접수하고, 필터링한 후 합격자에 한해 직무적성을 확인하는 인적성 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면접에서도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인사 청탁 및 개입 등을 막고자 서류전형을 담당하는 기관을 선정해 업무를 위임해왔다"며 "이를 통해 부적절한 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채용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도 부분적으로는 블라인드 방식을 채용에 적용해왔다.
종근당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영업 직무에 한해 서류부터 면접까지 전 전형에 걸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했다. 직무 적합도와 업무 이해도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적절한 지원자를 선발했다.
대웅제약은 이력서에 학교나 어학성적 등은 기재하지만, 필터링 대상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산점도 주지 않는다. 면접도 자소서 중심의 역량 위주 질문과, PT발표 결과 등을 합산해 합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는 제약사들이 하나 둘씩 생겨가는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단, 너무 다양한 취업준비생들이 지원해 적절한 인력을 선별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많아 소요돼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나가면 더 좋은 제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동국제약, CJ헬스케어,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 중견 제약사들은 아직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업무 성격이 다양하고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