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기존 모다피닐 성분 기면증 치료제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15년만에 등장했다.
한독테바가 작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고 올해 6월부터 급여 등재 후 9월 출시한 누비질정(성분명 아모다피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면증은 주간 과다졸림증과 갑작스러운 수면발작 및 탈력발작, 입면환각, 야간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을 갖는 신경계 수면질환이다. 보통 10대 때부터 발병하며,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평생 지속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이나 HLA-DR2, DQB1*6020 및 수면-각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포크레틴의 농도 저하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는 "낮 졸림증은 잠을 충분히 못 자거나 잠이 자주 깨는 수면장애, 중추성 과수면(약물과 약물부작용, 내과 및 신경과 질환 관련)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며 "한국에는 현재 2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면증은 야간에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와 주간에 검사하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통해 확진하다. 잠이 들고 15분 이내에 렘 수면이 발생하는 것은 기면증의 특징적인 소견이다.
기면증 확진을 받으면 약물요법을 쓰는데 페몰린,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제제 등 중추신경흥분제(각성제)와 탈력발작, 수면마비 증상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항우울제 등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기면증 치료에는 모다피닐 성분이 치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약물의 한계는 반감기가 짧다는 점이다.
신원철 교수는 "기면증은 환자가 주로 활동하는 낮 시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제 선택에 있어 약효지속 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며 "모다피닐 성분의 치료제가 주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 약물 반감기를 대폭 늘린 '아모다피닐' 약물이 15년만에 새롭게 국내 출시됐다"고 설명했다.
한독테바의 '누비질정'은 R-모다피닐과 S-모다피닐 중 'R-모다피닐'을 주성분으로 한다. 반감기가 3~4시간에 불과해 2~3알을 복용해야 하는 S-모다피닐과 달리 R-모디피닐의 반감기는 10~15시간으로 길다.
미국 IMS헬스 데이터를 통해 2009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누비질정을 복용한 환자 5693명과 모다피닐을 복용한 환자 9212명의 진료 내역을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누비질정의 일 평균 약물 복용량은 1.04로 모다피닐(1.47)에 비해 적었다.
낮 동안 깨어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각성유지검사에서도 누비질정은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신원철 교수는 “아모다피닐은 다른 제제와 달리 시상하부 등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각성을 일으켜 부작용이 적다"며 "혈중농도가 오래 지속돼 약효가 상당기간 지속됐으며, 입면시간이 증가했고 기억력, 인지기능도 개선됐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고 미식거림과 같은 부작용이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암페타민과 같은 약을 먹으면 심장이 빠르게 뛰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 약은 그런 증상이 없으며,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누비질정은 1일 1회 150mg 1정을 아침에 복용하며, 증상 정도에 따라 하루 최대 250mg까지 증량이 가능하다. 보험약가는 150mg 2036원, 250mg 2980원이다.
신 교수는 "기존의 모다피닐은 반감기가 짧아 하루 2~3개 복용 및 다른 약과 함께 처방해줬지만, 아모다피닐은 한 알만 복용해도 효과가 오래 지속돼 환자의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