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필수의약품의 공급 차질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제약사 설립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는 30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라는 보고를 통해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질병 치료에 필요하나 제약회사가 생산 및 수입을 기피하는 의약품,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에 사용 되는 의약품 등 수요가 거의 없는 의약품 등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생산과 공급을 민간 제약 회사가 주도하다 보니 저가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희귀의약품 공급 거부, 공중보건 위기대응용 의약품 수급 차질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신종감염병이 발생,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사용 장려 비용 지급 및 원가 보전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정부의 직접 공급▲생산, 수입, 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 지정제도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및 관리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설치해 희귀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사업을 시행하고 국가필수의약품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특히 채산성이 낮거나 원료수급 등 문제로 국내 공급이 불안정한 희귀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긴급 대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나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을 지정해 처방의사에게 사용 장려비용을 지급하거나 약가 산정 시 생산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공급 안정화도 이끌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입법조사처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제약회사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환자가 안게 될 피해가 막심한데다 생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면 가뜩이나 경쟁력이 낮은 국내 제약 산업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물론,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영 제약사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이들 국가는 주로 중위소득국가로 국영제약사가 설립되던 당시 경제적발전 수준이 낮았다”며 “감염성 질환 치료제 등 공중보건 목적의 필수의약품 조차 자급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 제약기반이 취약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국영제약사를 통한 필수의약품의 생산, 공급만이 접근성 보장을 위한 방안이었다는 해석이다.
그 가운데 최근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일고 있다.
원료 및 완제 의약품 직접 생산이나 위탁 생산, 수입 등으로 필수의약품의 자급자족을 달성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 골자다.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의 취지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막대한 국가 재정을 제약사 설립에 투입해 직접 생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백신 비축, 공급 중단 위기에 있는 의약품 수입, 위탁 생산 지원 등을 한국희귀·필수의약 품센터나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해 왔는데 이러한 기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기업의 생산 기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모색이 시급하다”며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