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번 먹는 남성 피임약 개발 눈앞
미 워싱턴 의대, 남성용 경구피임약 후보물질 실험 결과
2018.03.19 08:27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하루에 한 번 복용하도록 설계된 남성용 경구피임약의 후보물질의 효과가 확인됐다. 남성 83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정자 생산을 억제할 정도 수준으로 호르몬 수준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의 스테파니 페이지 교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내분비학회(The Endocrine Society)의 제100주년 연례학술대회 '엔도(ENDO) 2018'에서 발표했다.

"정자 생산에 필요한 호르몬 억제, 약간의 체중 증가외 부작용 없어"

페이지 교수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국립 아동보건인간개발 연구소가 개발중인 'DMAU'(dimethandrolone undecanoate)라는 남성용 경구피임약 후보물질을 이용해 이번 실험을 했다.

 

기존 남성용 경구피임약 후보물질들은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하루에 2회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있으며 이 때문에 꾸준한 복용을 유도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DMAU는 긴 사슬로 된 지방산인 운데카노에이트를 포함하고 있어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페이지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워싱턴대 의료원과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하버-UCLA 의료원에서 18∼50세의 건강한 남성 100명을 모집해 이 중 83명에 대해 혈액·호르몬 검사 등 실험을 마쳤다.
 

연구진은 100mg·200mg·400mg 등 세 종류의 용량과 캐스터오일·분말 등 두 가지 형태를 조합하고, 이를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약(플라시보)와 비교해 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28일간 하루 한 차례 음식과 함께 약을 섭취했다.
 

실험 결과 400mg을 매일 경구로 투여했을 때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생산에 필요한 두 가지 호르몬의 농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남성 피임 효과를 거둘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고 페이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낮았으나, 테스토스테론 결핍이나 과잉으로 보이는 증상을 보고한 환자는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간·신장 등의 기능에도 별다른 문제 조짐이 없었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다. DMAU를 투약한 모든 그룹은 체중이 약간 증가했으며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지단백질(HDL)의 혈중 농도가 약간 감소했다.
 

페이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남성용 경구피임약의 개발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것"이라며 좀 더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DMAU를 하루에 한 번 투약하면 정자 생산이 억제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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