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 국내 신약 10개 중 8개 '임상 미제출'
이의경 前 식약처장, 제도 명암 지적…리아백스·올리타 2개 '허가 취소'
2024.06.17 05:17 댓글쓰기

조건부 허가를 받은 국내 개발 신약 10개 중 8개는 '임상 미제출', 2개는 '허가 철회'로 성적표가 참담했다. 이에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들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의경 전(前)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성균관대 약대)은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규제과학혁신과 의약품 접근성'을 주제로 이 같이 발표했다.


그는 "의약품 정책 목표는 접근성 향상 및 양질의 의약품 적정 사용, 약품비 적정화 등"이라며 "이중 의약품 접근성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선 의약품 도입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유럽, 일본에서 허가받은 신약 356개 중 한국에서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128개(35%)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같은 의약선진국(A7)의 평균인 200개(58%)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항암제의 경우 A7 국가의 평균이 69%인 데 비해 한국은 45%에 그쳤다.


이의경 전 처장은 "의약품 도입 지연 원인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코리아 패싱과 리뷰 갭 등이 있다"면서 "심사가 늦어 신약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풀기 위해 식약처는 조건부허가제도 및 신속심사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 심사, 신속허가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은 신약 심사기간을 단축해 중증환자 치료제 조기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근거 불확실성이 증가해 환자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건강보험 급여 결정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암제 등 중증질환 치료제 및 희귀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마친 상태에서 3상 자료 제출을 전제로 허가를 해주는 조건부 허가제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조건부 허가된 품목은 모두 35개인데, 이중 임상 미제출 품목은 15개(40%)로 집계됐다. 허가 철회는 6개 품목, 3상 제출 연기는 8개 품목 등이다. 


이의경 전 처장은 "조건부 허가 대상 품목의 20%만 규정을 지키고 나머지 80%는 사실상 약속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며 "자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업체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조건부 허가를 받은 국내 개발 신약 10개 중 8개가 임상 자료를 미제출했다는 점"이라며 "리아백스(삼성제약), 올리타(한미약품)는 허가를 철회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리아백스의 경우 식약처장으로 있을 때 조건부 허가를 받은 약이기도 했다"며 "우리나라 규제기관이 최초로 결정을 내렸지만 근거가 불투명하고 허가 철회 사례가 나온 것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약품 허가 지연 개선을 위해선 규제과학을 적극 활용해 선제적 대응 및 예측 가능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전 처장은 "리뷰 갭(심사 지연)으로 인한 의약품 허가 지연은 규제과학을 활용해 개선이 가능하다"며 "신기술 및 신개념 제품의 경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수평적 점검(horizon scanning)을 통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미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술 혁신이나 시장 동향을 예측하고, 거시적 계획을 수립해 평가 기술을 미리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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