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치료제 '타미플루'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생약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생약은 식품, 광물 등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가공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거나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나고야의정서 채택 이후 생약 자원 주권 확보를 두고 전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생약 자원 확보 및 보전을 위한 전초기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국립생약자원관 제주센터를 지난 24일 방문했다.
제주공항에서 차량으로 1시간 가량 달리면 마주하게 되는 국립생약자원관은 정면에는 서귀포 바다가 뒤편에는 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선 열대와 온대의 중간지역인 위도 25~35도 아열대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한다. 제주는 기후가 따뜻하며 강수량이 많고 섬 중앙에 1,950m 한라산이 있어 약 8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식약처는 총 247억원을 들여 2021년 제주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연구동·전시동·전시온실 등으로 구성되며, 생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 공간인 '생약누리'는 올해 4월 개관했다.
생약누리에는 대한국민 약전에 수록된 300여 점의 생약 표본이 전시돼 있다. 해마, 남생이 껍질 등의 박제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약 공방 및 생약의 숲, 생의약연구소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생의약연구소에서는 생약이 어떤 약으로 개발됐는지 볼 수 있다. 불가사리 모양의 팔각회향은 독감 치료제로 유명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원료이다.
말라리아치료제인 '피라맥스'는 개똥쑥으로 만들며, 아스피린 원료로 쓰이는 '살리실산'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이다. 이 같은 전시를 보기 위해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왔다.
백옥진 생약누리 보건연구관은 "생약은 아스피린, 타미플루는 물론 항암제 파클리탁셀에도 사용될 만큼 활용 범위가 넓다"며 "의약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제주센터는 제주도 내 자생하고 있는 생약자원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침향 및 육계 등 국외 아열대 생약자원 17종에 대한 시범재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생약 수입 비중은 50% 이상이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가 어려워 90% 이상 수입 중인 감초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생약 보유가 늘어나면 제약업계도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생약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과학적 품질 관리에 풀요한 생약 표준품도 제조, 분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설 구축 등에 예산이 쓰였다면, 앞으로는 생약 표준품 기준 및 규격 개발 연구, 수입의존도 높은 생약자원 재배 등과 같은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예산 및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손수정 의료제품연구부장은 "현재 표준생약 286개, 지표성분 116개를 포함한 총 384개 표준폼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건강기능식품회자 등에 분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생약관리센터TF팀이 임시조직인데, 정규조직 개편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생약누리 기본 운영 경비 3.8억원과 교육시설 보강 및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설치 등을 위해 7억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