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의 고민거리다. 실제 국내에선 보통 65세 이상 환자에서 치매가 주로 발생하고, 노인인구의 10% 정도가 치매로 사망한다. 완치가 어렵고, 치료만이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치료옵션은 제한적이다.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가 높지만, 국내 시판 중인 약물은 리바스티그민, 도네페질, 갈란타민, 메만틴 4가지다. 이중 리바스티그민만이 경구제와 함께 패치제가 출시돼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치매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대한치매학회 총무이사,
사진)를 만나 국내 치매 치료 현황과 치료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치매'는 어떤 질환인가
치매는 '진단명'이 아닌 '증상명'으로 봐야 한다. 쉽게 말해 감기에 걸리거나 염증이 생기면 열이 나는 증상이 생기는데, 치매 역시 인지 기능 장애라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못하게 된 상태를 지칭한다. 종류도 다양한데, 가장 발병 비율이 높은 것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이고, 혈관성 치매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
Q. 국내 치매 발병 현황은
2019년 기준 국내 치매 인구는 79만여명에 달하며 매년 급증해 2050년이 되면 3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65세 이상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고, 노인인구의 10% 정도가 치매로 인해 사망한다. 보통 65~70세에서 1~2%, 70~75세 2~4%, 이런 식으로 5세마다 더블링(Doubling) 된다고 알려져 있다. 90세에 다다르면 거의 50% 환자들이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Q. 치매 치료법은
치매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다. 국내에선 작용기전에 따라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계열의 리바스티그민, 도네페질, 갈란타민과 NMDA 수용체 저해제 메만틴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시판 중인 치매 치료제는 병의 진행 자체는 막지 못하고, 환자 증세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치매를 초기에 진단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약물요법이 효과적이지만, 치매 환자가 제때 복약이 가능할까
쉽지 않다. 환자가 약을 제때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데, 치매 질환의 특성상 어려운 일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고, 약을 삼키기 어려운 상태도 있어 정제형, 캡슐제와 같은 경구용 치료제를 쓰기 힘들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계열 약물들의 경우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도 있어 처방 시 고려해야 할 측면이 매우 많다.
Q. 경구제는 복약 횟수가 관건일듯
그렇다. 최초 치매 치료제인 콜린에스테라아제 계열 '타크린'은 효과가 6시간 정도 유지돼 하루에 네 번을 복용해야 했다. 치매 환자들이 약을 네 번이나 챙겨 먹을 수 없다. 여러 이슈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루에 두 번 먹어야 하는 약도 대부분 사장되는 실정이다.
Q. 제형 개발이 중요하겠다
리바스티그민 패치제가 나왔을 때 의료진들 관심이 높았던 이유다. 리바스티그민 경구제의 경우 1일 2회 투약 해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자가 안 먹고 싶어서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잊어버려서 못 먹는 것이다. 가족들이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줘야 되는데, 요즘 같은 핵가족화된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패치제, 소화기계 직접 투여하면 부작용 발생도 줄여"
"일정한 용량 유지로 혈중 약물 농도 안정시키는 장점"
Q. 패치제 등장 후 환자 치료에 변화가 있었나
리바스티그민 패치제 등장으로 선택지가 늘었다. 이 약물은 파킨슨병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에 사용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파킨슨병 치매 적응증을 가졌다. 패치제가 나오면서 소화기계의 직접적인 투여를 피할 수 있고, 경구 투여와 다르게 혈중 약물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경구제는 복약 후 1~2시간 이내에 효능이 최고점(peak)에 다다랐다가 점점 약해진다. 이처럼 혈중 농도가 안정화돼 부작용이 감소하는 이점이 있다.
Q. 약효도 비슷한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두 제형의 치료제는 효과가 동등하다. 리바스티그민 패치제의 경우 캡슐제와 효과가 동등했다. 패치제는 약의 용량도 쉽게 올릴 수 있다. 실제 고용량 요법이 필요할 때 리바스티그민 캡슐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15mg 패치제를 사용한다. 안전성 측면에서 소화기계 부작용을 3분의 1 이하로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Q.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 패치형 치매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는
패치제 개발에는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패치제로 쓸 수 있는 약이 몇 가지 안 된다. 우리가 평소 진통제를 파스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패치제에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약물은 패치제로 만들 수 없다. 분자량이 커서 체내 흡수가 안 되기 때문이다.
Q.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관심이 높았을 것 같다
일단 약을 안 먹는 환자에게 패치제가 무척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무슨 치매냐고' 버티는 환자의 어깨에 파스인 척 하며 패치제를 붙이면 된다. 약을 삼키지 못하거나, 약을 먹고서 메스꺼움을 느껴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라타민 복용이 불가능한 환자에도 패치제를 사용할 수 있다.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경우 복용하는 약이 많은데, 패치는 투약 방식이 달라 부담이 적어 치료 순응도를 높인다. 패치형 치매 치료제가 등장한 뒤로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 개선과 함께 보호자들의 편의도 증진됐다.
Q. 치매 치료는 어떻게 발전할까
아직은 완치보단 어느 정도 상태를 유지시키는 형태의 치료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래서 신약에 대한 니즈(Needs)가 굉장히 크고, 새로운 옵션이 등장한다면 사용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너무 고가이거나 부작용 이슈가 있다면 고려가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가 적절한 약물을 처방 받아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고 악화되지 않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당부 한마디
환자에게 약만 주고 보내기 보다는 환자 상태를 살피고 정확히 진단해 적절한 약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약 방법이나 복약 순응도도 모두 따져봐야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가 왜 치매에 걸렸는지, 무슨 병이 있었기에 치매 증상이 나타났는지 등을 정확히 물어봐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관심과 노력이 치매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