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여드름 치료제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남용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 한정열 센터장(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소트레티노인 안전사용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이소트레티노인 유통이 급증해 오남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2017년 약 30만 건이었던 국내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건수는 2021년에 3배 이상 늘어나며 97만 건에 달했다.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은 원래 1차 약물에 치료 효과가 없는 여드름에 처방하는 2차 약물이다.
대부분은 피부 깊숙한 곳에 생기는 결절성 여드름이나 낭포성 여드름이 대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미한 여드름이나 단순 피지 조절을 위해서도 이 약물을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정열 센터장은 국내에서 이처럼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 약에 노출된 임신부의 32.5%에서 인공유산(임신중절) 또는 자폐아 출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임신 중 1알만 복용해도 기형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센터장은 "이소트레티노인은 주로 중추신경계, 안면부, 심장, 흉선에 기형을 유발하며 그 발생 빈도는 최고 38%로 보고된다"며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로 볼 때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에 노출된 임신부가 1800명이라면 약 500명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외 이소트레티노인 부작용은 구순염, 가려움, 피부염, 피부박리 등의 피부질환 및 안구건조증, 비강건조증, 피로, 장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9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전에 임신 여부를 확인토록 권고하는 '위험예방프로그램(RMP)'을 도입,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소트레티노인의 기형 유발 위험성에 대한 의료인들 안내 및 환자 인지 부족, 약물 사용 전후 임신 여부 검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불법적인 인터넷 해외직구, 지인 거래, 비대면 처방, 중고거래 앱 등을 통한 약물 유통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한정열 센터장은 "미국은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이소트레티노인 임신예방프로그램(iPLEDGE)을 마련해 처방 의사, 약사, 환자를 이 프로그램에 등록해 관리함으로써 임신부 노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서도 이 같은 제도적 뒷받침과 철저한 환자 교육으로 임신부에게 이소트레티노인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