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월말 열린 미국당뇨학회(ADA) 과학세션을 이끈 키워드는 단연 체중 감량이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2세대 비만치료제 임상 결과가 크게 주목받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병용요법도 관심을 끌었다. 1만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활발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 관심은 비만치료제로 향했다. 체중감량 중요성은 지난해 12월 미국당뇨학회가 ‘2023년 당뇨 표준치료 지침’을 발표하며 한층 더 높아졌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지침을 통해 ‘3~7%의 비교적 적은 체중감량도 혈당과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식이요법과 의약품으로 10~15% 체중감량이 이뤄지면 더 많은 이점이 있다. 예로 질병 완화 효과, 제2형 당뇨병 완치 가능성, 장기적 심혈관 건강과 사망률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세대 비만치료제 양강 구도를 굳히고 있다.
2세대 비만치료제는 대상자 50% 이상에서 15kg 이상 체중 감소나 위약 대비 10kg 이상 감소시킨 약을 일컫는다.
노보노디스크 주사제 '위고비' 품귀
시판 중인 노보노디스크의 2세대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이미 현장 반응이 뜨겁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지만 체중감량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리며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자매품인 ‘오젬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노보도디스크는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2024년 말 품귀현상이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1(GLP-1) 계열의 주사제다. 체내 호르몬인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GLP-1과 유사한 세마글루티드가 주성분이다. 위고비는 3상 임상시험에서 68주에 걸쳐 주 1회 주사로 평균 14.9%의 체중감량을 보여줬다. 위약 대조군 2.4% 감량 대비 유의한 차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안전처가 지난 4월 27일 위고비의 허가를 승인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 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과학 세션에서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첫 번째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를 68주에 걸쳐 점차 증량해 최대 50mg을 1일 1회 복용한 결과, 체중이 15.1% 감량됐다. 위약 대조군의 체중은 2.4% 감소했다.
관련 논문은 과학세션이 진행 중인 지난 6월 25일에 의학분야학술지 ‘란셋’에 게재됐다. 노보노디스크는 총 4번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일리아릴리, 이중작용제 경구용 개발 진행…삼중작용제까지 2상 임상
이에 맞서는 일리아릴리는 과학세션에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두 번째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설명했다. 마운자로 주성분은 티르제파티드다. 티르제파티드는 위고비가 표적으로 한 GLP-1에 더해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라는 분자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과거 설치류 대상 연구에서 GIP는 GLP-1와 유사하게 인슐린 생산을 촉진하지만 그 영향이 작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인간세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역할이 매우 큰 것으로 밝혀지며 비만치료제 가능성이 대두됐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를 표적으로 삼은 최초의 비만치료제다. 이번 과학 세션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 또는 과체중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주 1회 10mg을 투여하면 12.8%, 15mg 투여하면 14.7% 체중감량을 이뤄냈다. 위약 대조군은 3.2%였다.
일리아릴리는 노보노디스크와 같이 ‘경구용 마운자로’도 함께 개발 중이다. 이번 과학 세션에서 발표된 경구용 티르제파티드의 2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최대 26주간 1일 1회 복용했을 때 체중이 최대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아릴리 제프 에미크 제품개발 수석부사장은 “두차례 임상 2상에서 경구용 티르제파티드는 체중을 감소하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리아릴리는 마지막 날 한 가지 더 획기적인 결과를 공개, 주목을 받았다.
GLP-1, GIP에 글루카곤 수용체 작용제까지 더한 삼중작용제의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내용은 삼중작용제인 ‘레타트루티드’를 24주에 걸쳐 투여하면 평균체중이 17.5%, 48주에는 24.2% 감량됐다.
규명 안된 비만 치료 경로 많아…시너지 효과 내는 병용요법 필수
전문가들은 이같이 비만치료제가 여러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것을 당연한 흐름으로 보고 있다.
리차드 디마치 미국 인디애나대 화학과 교수와 제니 통 미국 워싱턴대 당뇨연구센터 교수가 좌장을 맡은 한 세션에서는 GLP-1과 GIP뿐 아니라 아밀린, 펩티드 YY 등 다양한 호르몬 작용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 세션에서는 발표자들은 비만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각 구성 요소의 상대적인 기여도를 조사하면 다양한 작용기작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치료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면 각 요소 간 시너지 효과와 경쟁 효과를 식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미치 교수는 “우리가 이제 깨닫게 된 것은 다양한 호르몬을 단일 분자로 통합하거나 조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