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업계 최고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업체는 하락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경쟁사들은 글로벌 시장 진입 등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인데, 신규업체 급증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시장 진입이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가 최근 미국 시장 진출 여부에서 희비가 엇갈리면서 톡신 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웅 나보타, 미용 영역서 치료 영역까지 확장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지난해 14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중 약 80%가 수출을 통해 매출을 올렸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진출하며 미국 이어 유럽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통해 미국, 유럽 등 빅마켓을 중심으로 미용시장에 이어 치료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치료 적응증으로 확대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편두통 및 만성 편두통 치료 임상 2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툴리눔 톡신을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어가던 메디톡스는 해외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6년새 시총 '3조 증발' 메디톡스···美 진입도 차질
2006년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는 시장을 선점해 나가면서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18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허가를 신청, 국내 기업 가운데 중국 시장 정식 진출을 추진했다.
특히 2018년 당시 주가는 무려 70만원 선까지 치솟는 등 시장에서 각광 받았고 계속 성장할 것이 당연했다. 시가총액은 2010년 16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무려 4조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 진출 과정에서 뚜렷한 사유 없이 허가가 지연됨과 동시에 후발주자인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소송전, 식약처 허가 취소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 회사 균주 출처 논란, 소위 ‘균주 분쟁’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대형제약사인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출시하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2016년 메디톡스가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 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두 회사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소송도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이뤄졌다. 2017년 1월 국내에서 대웅제약 형사고소, 6월 미국 법원 제소(2018년 기각), 10월 민사소송 제기, 2019년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2021년 3자 합의) 등에 나섰다.
문제는 미국 시장 등에서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국내에서 민형사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그야말로 악재가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결국 6년 전 70만원 선을 유지하던 주가는 최근 14만5500원(8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시총도 3조원 이상이 증발 돼 1조 61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메디톡스가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의 미국 진입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헀지만 FDA 본심사 거절 통보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FDA와 협의 후 필요한 사항을 보완해 신청서를 재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젤, 톡신 시장 선두 굳힌다···美 허가 등 글로벌 확대
메디톡스에 이어 2010년 ‘보툴렉스’를 출시해 업계 2위를 유지했던 휴젤은 두 회사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사이 업계 1위 고지를 점령하고 국내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휴젤은 3번의 도전 끝에 미국 진입에도 성공해 눈길을 끈다. 주요 보툴리눔 톡신 회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휴젤은 지난 4일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 50유닛과 100유닛 품목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품목허가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품목허가 승인에 따라 금년 중순 미국에서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휴젤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레티보를 먼저 선보이는 등 미국 진출 초석을 다진 만큼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FDA 승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3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로 글로벌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사 중 보툴리눔 톡신으로 FDA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대웅제약에 이어 2번째, 미국 승인 전체 제품 중에서는 7번째다. 3대 시장 모두 허가를 받은 것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이다.
가장 먼저 미국에 진입했던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2019년 2월 FDA 승인 받았고, 최근엔 편두통 치료 특허를 획득하는 등 치료 영역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현재 미국 승인 보툴리눔 톡신은 1989년 미국 애브비 ‘보톡스’, 2000년 슈퍼누스 ‘마이오블록’, 2010년 독일 멀츠 ‘제오민’, 2019년 대웅제약 ‘주보(나보타)’ 등이 있다.
미국 진출 소식과 함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 2월 29일 종가기준 18만3900원이던 주가가 FDA 허가 발표 직후인 지난 4일 20만2500원까지 올랐다.
시총은 지난 2015년 상장 직후 ‘5500억원’ 수준이었지만 ‘12조 40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주가는 19만6000원(8일 종가기준)을 기록했다.
메디톡스와 '균주 출처' ITC 소송 변수?
휴젤은 메디톡스가 지난 2022년 3월 ‘균주 도용’ 및 ‘영업비밀 침해’ 등을 골자로 제기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남아있어 미국서 어떤 영향을 받을 지는 지켜볼 여지가 있다.
예비 및 최종판결에 따라 수입배제 명령 드 미국 시자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합의 절차가 이뤄질 경우에도 메디톡스에 로열티 지급 등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일각에선 메디톡스가 ‘영업비밀’을 둘러싼 조사는 제외, 신청하면서 휴젤에 다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메디톡스 측은 균주 절도 관련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ITC 소송은 막바지로 분쟁 판결을 가늠할 수 있는 사전심리가 열리면서 금년 6월 내 예비판결 결과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휴젤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인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