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정밀의료’ 주도권 지금이 마지노선”
헬스커넥트 백롱민 대표, '디지털헬스케어 선순환 생태계 절실'
2016.03.22 07:09 댓글쓰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1~2년, 더 늦으면 영영 못 따라잡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든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백롱민 교수(성형외과)의 말이다.


백롱민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ICT 융합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다. 서울대학교병원과 SK텔레콤 합작사인 헬스커넥트의 대표이사이자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형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인 ‘베스트케어 2.0’ 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도입한인물도 그다.


백롱민 교수[사진]는 데일리메디와 만나 “의료·ICT 융합으로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고 수준이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환경 미비로 미래 의료 주도권을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밀의료 사업화 선순환 구조 없는 한국


미래 의료는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진단과 치료에서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정밀의료는 진료정보와 건강정보, 생활정보, 유전체정보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통합, 분석해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표적치료를 가능하게 해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해 의료비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삶의 질은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방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ICT 기반 국민 건강관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와 제도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정밀의료 구현에 필수적인 의료 정보 공유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 R&D와 재투자가 선 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도 디지털헬스케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


반면 10여 년 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우리나라는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제도적인 한계로 단 하나의 사업화 성공 모델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HIMSS(미국의료정보시스템협회) 전시회에서도 우리나라의 디지털헬스케어산업 현주소가 여실히 확인됐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시장이 있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그 과실을 다시 기술 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조차 열리지 않아 정부의 지원 없이는 기업들이 제품 개발을 지속할 수 없는 여력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기술적으로는 정밀의료 구현을 위해 각각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돼 있는 상태지만 실제 구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1~2년 기술 격차야 지금이라도 당장 따라잡을 수 있지만 더 늦어질 경우에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수준 임상, 넘볼 수 없는 자산 


녹록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은 해외 시장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헬스커넥트는 지난해 4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보건부 소속 6개 병원에 스마트병원솔루션을 수출했다. AI 기반으로 진료, 검사 일정 관리와 병원 시설물 위치를 안내하는 ‘페이션트 가이드(Patient Guide)’와 행정업무 전용 ‘직원용 키오스크’(Employee Service Kiosk) 등 72억원 규모의 성과를 냈다.


키오스크 수출에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의사의 진단 및 처방과 연계해 모바일 기반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솔루션인 ‘페이션트포털(patient portal)’을 사우디 국가방위부 소속 대형병원(MNG-HA)에 공급했다.


중동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중순 북경 최고 민영의료기관인 VISTA클리닉과 ICT 당뇨병 관리 솔루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현지에서 서비스를 최적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ICT 간호사’라 할 수 있는 ‘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Smart bedside station)’도 이달 HIMSS 전시회에서 미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은 침대에서 태블릿 스크린을 터치해 시트교체와 청소 요청, 검사 종류 및 방법, 약물 정보 및 복용법, 입원비 정산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유사한 콘텐츠가 시장에 존재하지만 하나의 화면 상에서 병원 진료와 관련된 모든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IF어워드와 Reddot어워드 디자인상을 수상한 것도 주효했다.  
 
백 교수는 “ICT라는 그릇에 임상 현장을 잘 아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담긴 덕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종 수요자인 의사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한 서비스가 해외 의료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것이다.


실제 헬스커넥트 솔루션은 차세대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과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30명이 IT 개발자들과 함께 장장 5년 동안 연구, 개발에 매달린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당시 진료부원장 보직을 맡았던 그는 이 전 과정을 이끌었다.

백 교수는 “ICT 기반 질병관리가 전 세계적 화두인 만큼 당뇨병을 시작으로 다른 질환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데 앞으로 집중하게 될 것 같다”며 “우리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의료 질 향상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헬스커넥트가 미래 의료 실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설립된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향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 진다면 기업, 연구소 등 누구와도 공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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